남북정상회담장 걸린 '산운' 작가 "북녘땅 화폭 담고 싶어"
김정은 국무위원장 방명록 서명 당시 배경됐던 수묵 목판화
김준권 작가 2009년 4개월 공들어 완성…"한반도 평화 기원"
(진천=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특별한 날에만 가는 것이 아니라 일상처럼 북녘땅을 오가며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화폭에 담고 싶습니다"
지난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TV를 통해 지켜본 김준권(62) 작가는 감격에 북받친 듯 음성이 가늘게 떨렸다.
김 작가는 보름 전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판문점 평화의집에 그의 작품을 걸고 싶다는 요청을 정부로부터 받았다.
정상회담 전까지 언론 등에 알리지 않겠다는 '비밀 유지 서약'까지 한 터라 자신의 작품이 평화의 집에 걸린다는 말을 그는 정상회담이 열릴 때까지 입 밖에 꺼내지 못했다.
주변에 알리지는 못했지만, 정상회담 일이 다가올수록 설레는 마음에 그는 밤잠을 이룰 수 없었다.
김 작가는 "5개 화폭에 담은, 켜켜이 쌓인 산은 한반도를 잇는 백두대간을 형상화한 것"이라며 "인위적으로 나뉜 우리 민족도 다시 하나가 되길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고 말했다.
김 작가의 작품 '산운(山韻)'은 김 국무위원장이 방명록을 서명한 평화의집 뒤쪽 벽에 배치됐다.
김 위원장은 김 작가의 그림 앞에서 "새로운 력사(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의 출발점에서"라고 방명록을 작성했다.
수묵 목판화인 산운은 음영 차이를 준 산들이 겹쳐져 안정적인 구도를 연출하는 그림이다.
48개 목판에 먹물을 묻혀 찍어낸 이 작품은 김 작가가 2009년 4개월 동안 공들여 완성했다.
90년대 초 해인사에서 목판화를 접한 그는 한국적 음영과 색채로 우리 산수(山水)를 주로 그린 작가로 알려졌다.
북한의 산과 들의 모습을 화폭에 담고 싶었던 그는 지금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압록강과 두만강 일대 중국 접경 지역을 답사하기도 했다.
그는 "풍경은 말을 한다고 생각한다"며 "작품 산운을 가만히 바라보면 단순히 풍경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사는 사람, 문화, 역사가 말을 걸어오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그림을 설명했다.
그의 작업실에는 산운과 비슷한 기법으로 그린 수묵 목판화들이 자리잡고 있다.
2층 작업실 입구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는 그가 북한 두만강 접경 지역에서 바라본 북한 혜산 지역 풍경을 그린 작품이 걸려있다.
김 작가는 "정상회담을 보니 곧 통일이 올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면서 "북녘땅을 자유롭게 방문해 그곳의 산과 들을 보고 그릴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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