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에 아직 재산 그대로…하루빨리 다시 문 열었으면"
남북 평화 분위기에 공단 재가동 기대…입주기업 96% "다시 가겠다"
(대구=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개성공단에 기업 대부분 재산이 남아있어요, 정상회담을 계기로 닫혀있는 공단 문이 다시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자 대구에 있는 개성공단 피해 기업들이 공단 재가동에 대한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다.
대구 달서구에 있는 침구 제작업체 '평안'은 개성공단에 13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가 느닷없는 공단 폐쇄로 낭패를 봤다. 2005년 9월 개성공단 본단지 1차 분양 대상업체에 뽑힌 뒤 5만㎡가량 터에 봉제 가공공장을 짓고 북한 노동자 1천여 명을 고용했다.
제품 70% 정도를 이곳에서 생산했지만, 남북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2016년 2월 아무 예고 없이 공단이 폐쇄돼 원단과 완제품을 고스란히 남겨둔 채 철수해야 했다. 초기 투자금과 영업손실 등을 고려할 때 피해액만 2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평안은 공단 폐쇄에 따른 남북 경협 보험금 70억원과 정부 대출금 50억원으로 베트남에 새 공장을 지어 회사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경제협력이 활성화해 개성공단 문이 다시 열리면 재입주할 계획이다.
공장을 다시 가동하려면 생산 라인 정비, 원자재 투입 등에 100억원이 넘는 비용을 감수해야 하지만 재산권 행사 등을 이유로 이곳을 포기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회사 측은 개성공단 공장 상태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올해 초 정부에 공단 방문을 신청했으나 아직 결과는 통보받지 못했다.
강진구 평안 전무는 "개성공단 폐쇄로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타격을 봤지만 재입주를 포기할 수 없다"며 "다시 들어간다면 입주기업에 대한 보험 한도(최대 70억원) 증액, 남북 관계 변화에 따른 손실 정부 보상 등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08년 개성공단에 입주해 손수건, 스카프 등을 생산했던 대구 동구의 서도산업도 공단 재개를 절실하게 바란다. 이 회사도 당시 20억원을 들여 개성공단에 공장을 짓고 북한 노동자 120명을 고용해 제품을 생산했다.
여동구 서도산업 이사는 "북한 근로자 임금 수준과 작업 숙련도, 물류비용 등을 고려할 때 개성공단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며 "남북 화해 분위기가 이어져 하루빨리 공단을 재가동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가 중소기업중앙회, 외부 조사기관과 최근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 124곳(응답 기업 101곳) 가운데 96%가량이 재입주를 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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