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언] 北 퍼스트레이디 리설주 방남…南心 잡나(종합)
김정은 위원장을 또 '남편'으로 호칭해 눈길..돈독한 부부애 과시
2005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응원단 이어 두번째…北정상국가화 보여줘
(판문점=연합뉴스) 공동취재단 최선영 기자 =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가 북한 퍼스트레이디로는 처음으로 한국을 공식 방문, '한반도의 봄'을 여는 정상회담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남측 국민에게 달라진 북한을 어떻게 어필할 지도 주목된다.
리 여사의 이번 방남은 북한이 부부동반이라는 정상외교의 일반적인 관례를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이 정상국가화의 길을 추구하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사실 리 여사의 방남은 2005년 3월 인천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 응원단원으로 온 후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방문 때는 북한 일반 주민 신분이어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방남은 북한 최고지도자 김 위원장의 부인으로, 남북 간 첫 부부동반 정상회담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역대 북한 최고지도자의 경우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은 미미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는 아예 모습조차도 잘 드러내지 않아 북한체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우기도 했다.
이와는 달리 리 여사는 김정은 정권 공식 출범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2012년 7월 모란봉악단의 시범공연에 부부 동반해, 퍼스트레이디로서 북한 주민과 외부세계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초기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시찰에 주로 동행했으나, 김 위원장의 대외활동에도 동행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김 위원장의 첫 외국행인 중국방문에 동행, 국제무대에 퍼스트레이디로서 첫선을 보였다. 제31회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 참석차 방북한 중국 예술단 공연은 김 위원장 없이 당·정 간부들과 함께 관람하며 첫 단독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북한 매체들은 리설주를 '여사'에 이어 '존경하는 여사'로 호칭함으로써 위상을 부각하고 있다. 리 여사의 공연관람 소식도 상세히 전한다.
이전과는 다른 이런 변화는 북한이 퍼스트레이디의 공식 활동과 역할을 중시하는 정상국가의 모습을 갖춰나가는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동거녀 또는 부인의 퍼스트레이디 활동을 그다지 중요시하지 않았던 부친·조부와는 달리 김정은 위원장은 리설주 여사와 함께 부부동반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한 고위층 탈북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우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며 부인 등의 활동을 막았던 반면 김정은 위원장은 다년간 스위스 유학 등으로 개방적 마인드와 정상국가로의 지향성이 나름 강해 부인의 활동을 오히려 더 장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설주 여사의 활동이 더욱 주목되는 것은 그가 김정은 위원장은 물론 시누이인 김여정 제1부부장의 마음을 사로잡고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리 여사는 특히 이날 정상회담 기념촬영 전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와 환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남편이라 칭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남편께서 문재인 대통령님과 함께 진실하고 좋은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회담도 잘됐다고 하셔서 정말 기뻤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여사는 앞서 지난달 5일 김정은 위원장이 방북한 남측 특사단 환영 만찬에서 남측 참석자들에게 김 위원장을 남편이라고 스스럼없이 지칭해 놀라게 했다는 후문이다.
김 위원장의 생모인 고 고용희씨가 간부들 앞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장군님'이라고 존칭을 썼던 것과 대조적이다.
그런가 하면 리 여사는 특사단 만찬 때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김 위원장에게 금연을 권유하고 이에 김영철 부위원장의 표정이 굳어지자 "항상 담배를 끊기를 바란다고 부탁하고 있지만,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며 손뼉을 치며 좋아했던 것으로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리 여사는 1989년생으로 평양출신이며 예술인재를 양성하는 평양금성중학교를 거쳐 인민내무군협주단 성악가로 활동하다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전 김 위원장과 결혼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과 리 여사의 사이에 자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퍼스트레이디로서 이 여사의 지위는 향후 후계구도도 권력 암투 없이 순조로이 이뤄질 것을 시사한다.
김정은 위원장의 경우 부친 김정일 위원장의 부인이 여럿인 관계로 이복형제와 권력투쟁을 해야만 했고 이로 인해 원만한 권력승계 수업을 받지 못한 채 서둘러 권좌에 올라야만 했다.
고위층 탈북자는 "김정일·김정은은 권력승계 과정에서 이복형제들과 싸움을 해야만 했다"며 "아직 먼일이기는 하지만 퍼스트레이디의 지위가 확고한 이상 포스트 김정은 체제에서 후계문제를 두고 권력투쟁은 예상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ch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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