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알지만 이름은 모르는 배우 김하영

입력 2018-04-29 07:00
수정 2018-04-29 10:48
누구나 알지만 이름은 모르는 배우 김하영

"흰머리 쪽질 때까지 '서프라이즈' 할래요"

"드라마·예능 제의 잘 안 오지만 꼭 해보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이름은 몰라도 얼굴은 안다. "아, '서프라이즈' 그 여자?"

지난 15년 동안 일요일마다 만난 MBC TV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이하 '서프라이즈')의 그녀, 배우 김하영(39)을 최근 광화문에서 만났다.

역사 속 이야기들을 극으로 다시 보여주는 '서프라이즈'에서 그는 하루에도 중전마마가 됐다가, 30년간 사랑하는 남자를 기다린 지고지순한 일본 여성도 됐다가 여러 모습으로 변신한다. "박학다식해졌겠다"는 말에 "너무 많은 역할을 해서 기억이 안 날 정도"라고 답할 정도로.



김하영은 학창시절 잡지 모델로 캐스팅됐지만, 탤런트 시험에 번번이 낙방하다 성우를 준비하던 중 '서프라이즈'에 발을 들였다.

"'서프라이즈' 애청자였기에 이미지가 굳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도 않았어요. 다만 이렇게 오래 할 줄은 몰랐죠. (웃음) 후회하지 않아요. 저를 알려준 프로그램이잖아요. 게다가 시청자들께서 밖에서 만나면 마치 이웃을 본 것처럼 친근해 하세요.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그런 그도 "관두고 싶은 적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라며 "서운할 때도 없지 않아 있었다. 워낙 빠른 템포로 촬영하다 보니 '내 연기가 이것밖에 안 되나' 회의를 느낀 적도 많았다. 그래도 우리 팀이 워낙 가족 같다 보니 다시 돌아오곤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러면서 "한 번은 슬리퍼를 신고 계단을 오르다 미끄러진 적이 있는데 조명이 같이 넘어지기에 제가 넘어지는 것은 상관도 없이 조명을 잡았다"며 "안 그래도 바쁘게 촬영하는데 조명이 없으면 촬영을 못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는 바쁘다. 하루에 70개 장면도 찍는다"고 고충을 전했다.



연초 '서프라이즈'가 800회를 맞아 자체 시상식을 연 덕분에 김하영은 처음 드레스를 입어봤다고 했다. 그는 "드레스를 입으려고 수일 간 밥도 덜 먹었다. 한 번도 시상식에 가본 적이 없었는데, 영하 18도에도 그렇게 행복했다"고 웃었다.

김하영은 '서프라이즈'가 장수한 비결에 대해서는 "워낙 소재가 다양하지 않느냐"며 "오늘도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세상이다. 오늘 일이 몇 년 후 '서프라이즈' 에피소드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래오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저 역시 흰 머리 쪽질 때까지 하고 싶다"고 했다.

'서프라이즈'는 오래 방송한 만큼 포맷도 종종 바뀌었다. 이야기를 수없이 짜내야 한 작가의 고충 때문인지 지금은 사라진 '진실 혹은 거짓' 코너는 사랑도 많이 받았다.

"저도 그 포맷이 재밌었어요. 특히 '거짓' 이야기 중에는 귀신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았는데, 전 그게 그렇게 재밌더라고요. 지금은 실제 에피소드만 방송하니 자료에 남아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각종 대본으로 단련된 김하영에게 다른 드라마 제의도 올 법도 한데 그는 아직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서프라이즈'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인지 잘 안 들어와요. 저희가 워낙 오래 해서, 조연을 해도 주인공으로 가야 할 시선을 빼앗을까 봐 그런 걸까요? 결국 제가 아직 뭔가 부족하니 그렇겠다 생각해요. 예능도 출연하고 싶은데, 아직은 기회가 많지 않네요. 그래도 낚시 채널이나 디지털 콘텐츠에는 종종 출연했어요. 앞으로 많이 불러주세요. (웃음)"

마지막으로 그녀의 별명인 '서프라이즈의 김태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다들 오해하시는데, 김태희 씨는 톱 여배우잖아요. 저는 그냥 '서프라이즈'에서 여배우 자리를 독식하는 사람 정도? (웃음) 그래도 미모 관리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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