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강원 접경지 "한민족 다 모일 날 얼마 남지 않았다"
주민들 "접경지, 평화지역으로 새롭게 태어나길" 소망
고성 금강산 전망대 견학문의 쇄도 등 안보관광지 활기
(춘천=연합뉴스) 이종건 이해용 이상학 박영서 기자 = 역사적인 남북 정상의 만남이 이뤄진 27일 세계 유일 분단 도(道)인 강원도 접경지역 주민들은 "한민족이 다 모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부푼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될 때마다 가슴을 졸여야 했던 주민들은 접경지역이 평화지역으로 변화고, 새롭게 태어나기를 바랐다.
김용빈 철원군 농민회장은 "남북이 서로 불신했고 체제 경쟁 속에 나만 잘 났다고 해왔는데 이번 만남을 기회로 서로 신뢰를 쌓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대표 실향민촌인 속초시 청호동 아바이마을 김진국 노인회장은 생중계되는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이산가족 1세대들의 소원이라면 고향을 한번 가보고 눈을 감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한때 400여 명을 넘었던 '아바이'들은 대부분 세상을 떠나 이제는 100여 명 정도만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김 회장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전향적으로 개선돼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고향 방문 등 실향민들의 바람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바랐다.
김충호 화천군 번영회장은 "회담이 잘돼서 각종 규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접경지역이 평화지역으로 변하고, 상징적으로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되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선경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강원본부 집행위원장도 벅찬 가슴으로 남북 정상의 만남을 지켜봤다.
평창올림픽에서 남북공동응원단 운영위원장을 맡아 '우리는 하나'를 목청껏 외치기도 했던 그는 "이제는 남북이 서로 소통하고 이웃처럼 하나의 공동체가 되어 새로운 역사를 썼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하나다'를 외치며 평창에서 눈과 얼음 위에 흘린 땀이 얼어붙은 한반도에 봄을 가져오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하니 지금도 그때의 기운이 생생하게 느껴진다"며 "남과 북은 만나야 하고, 정상회담은 성공해야 한다"고 염원했다.
한국전쟁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접경지역 대표 안보관광지에는 '남북정상회담'이 확정된 이후 어느 때보다 많은 관광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중부전선 최전방에 있는 강원 철원군 옛 북한노동당사 앞에서는 봄맞이 특별 이벤트가 열렸다.
'봄이 왔나 봄!'을 주제로 철원지역 40여 농가가 참여한 직거래 장터에는 철원산 농특산물과 가공식품, 봄나물, 먹거리, 수공예품 등이 늘어섰다.
관광객들은 한국전쟁 당시 포탄과 총탄 자국이 고스란히 남은 노동당사도 둘러보고 봄꽃이 어우러진 장터도 둘러보며 평화 분위기를 만끽했다.
동해안 최북단 관측소인 717OP(금강산 전망대)는 28일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한시적 개방을 앞두고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717OP는 현재 관광객들이 갈 수 있는 통일전망대보다 더 북쪽에 있어 나무꾼과 선녀의 전설을 지닌 비무장지대 호수인 감호를 비롯해 동해선 육로와 철도 등 북한지역을 자세히 볼 수 있다.
하루 2회 이뤄지는 717OP 출입은 매회 80명 선착순으로 제한되는 탓에 견학을 희망하는 관광객들이 앞다퉈 신청하고 있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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