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부 갱도 발파 몰랐다" 정선 철광산 사고 '어처구니없는 인재'(종합)
산자부·경찰 합동 원인조사…경찰, 상부 작업자 과실 여부 조사
(정선=연합뉴스) 배연호 이재현 기자 = 지난 26일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친 강원도 정선 철광석 매몰사고의 인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갱내 25m 거리의 상·하부 갱도 2곳에서 발파 준비작업이 동시에 이뤄졌지만, 하부 갱도에서 작업한 피해 근로자들은 상부 갱도에서 진행된 발파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이 때문에 하부 갱도에 있던 근로자 6명은 상부 갱도에서 이뤄진 발파 때 안전지대로 대피할 겨를도 없이 갑자기 쏟아진 돌무더기에 매몰됐다는 주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동부광산안전사무소 등은 27일 사고 현장인 정선군 신동읍 조동리 한덕철광 신예미 광업소에서 합동 원인조사에 나섰다.
사고는 신예미 광업소 525m 레벨(지상에서 갱도까지 깊이) 갱구에서 550m 레벌 갱구로 환기용 갱도를 뚫기 위해 수직 굴진 발파작업을 하다가 발생했다.
광산안전법상 발파작업을 하려면 발파 버튼을 누르기 전 주변 경계를 하고 작업자는 물론 갱도 안팎 근무자를 안전지대를 대피시켜야 한다.
당시 525m 갱도에서는 근로자 2명이 오전부터 천공(암석에 구멍을 냄)과 장약(암석 구멍에 화약을 채움) 준비작업을 거쳐 오후 3시 35분께 발파했다는 게 동부광산안전사무소의 설명이다.
바로 그 시각 25m 아래 550m 레벨 하부 갱도에서는 폭 13m의 수평 갱도 공간 확장을 위해 근로자 6명이 투입돼 발파작업을 준비하다가 돌덩어리에 매몰됐다.
하부 갱도 장약 반장 장모(55)씨는 경찰에서 "다이너마이트 160㎏을 엄지손가락 크기만 한 구멍 60개에 넣는 등 천공과 장약 준비작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굉음과 함께 머리 위에서 돌무더기가 쏟아졌다"며 "우리가 작업한 하부 갱도에서는 발파가 없었고 상부 갱도에서 발파가 있었는지조차 몰랐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매몰사고로 다친 근로자들의 사고 당시 상황 진술을 토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한덕철강 관계자들을 소환해 안전 관리자를 배치했는지, 안전 조치에 미흡함에 없었는지 등의 과실 여부도 추궁할 계획이다.
경찰은 상부 갱도 발파작업을 한 근로자 2명의 과실이 드러나면 입건해 조사할 예정이다.
동부광산안전사무소 특별사법 경찰관은 업체 측의 광산안전법 위반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동부광산안전사무소 관계자는 "발파 과정에서 서로 사인이 맞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상부와 하부 갱도에서 발파 준비작업을 동시에 진행할 수는 있지만, 발파 사실을 서로 몰랐다는 것은 안전상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인명피해가 크고 국민적 관심이 높은 만큼 이른 시일 내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정선 신예미광업소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철광석을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철광산이다.
지난 26일 오후 3시 56분께 발파작업 중 발생한 사고로 돌무더기에 매몰된 근로자 6명 중 진모(64)씨와 서모(63)씨, 심모(69)씨 등 3명은 숨지고 나머지 3명은 다쳐 인근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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