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미국 50개주 돌며 한국전 참전용사 만나는 김한나씨
지난해 4개월간 26개국 방문 이어 두번째 여정 "평화로 가는 길"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재미동포 1.5세 한나 김(한국이름 김예진·35) 씨가 미국 50개 주를 돌면서 한국전 참전용사를 만나고 70개 도시에 세워진 참전 기념비에 헌화하는 90일간의 여정을 27일(현지시간) 시작한다.
지난해 1월부터 4개월 동안 전 세계 26개국을 돌며 한국전 참전용사 200여 명을 만나 감사의 마음을 전한 '한국전쟁 참전용사 찾아가기'의 2라운드다.
김 씨는 출발에 앞서 연합뉴스와 가진 SNS 인터뷰에서 "출발일인 27일은 제 생일이기도 하지만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날"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한반도의 평화가 찾아오기를 이번 여정 기간에 기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에서 출발해 텍사스까지는 주로 비행기로, 그곳에서 정전협정일인 7월 27일 최종 도착지인 워싱턴 까지는 자동차를 운전하며 이동한다. 총 2만4천400Km에 달하는 여정이다.
출발에 앞서 지난 14일 벤투라 카운티 산타 폴라에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 도로'에서 출정식도 열었다.
"이번 여정의 키포인트는 '평화로 가는 길'입니다.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바뀌어 휴전이 아닌 종전이 되기를 염원하는 것이죠. 이런 마음을 미국인 참전용사들과 함께 나누고, 위로와 감사의 메시지를 전할 것입니다."
여비는 자비와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아 마련했고, 방문 도시의 한국전참전용사협회(KWVA)와 한국전참전용사기념재단(KWVMF)이 참전용사들과 만남의 자리를 주선할 예정이다.
그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계정 'remember727' 등을 통해 이번 여정을 상세히 알리고 지역 언론과 인터뷰도 할 계획이다.
"적어도 500명의 참전용사를 만날 것입니다. 대도시에 사는 할아버지들은 벌써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한국전쟁 때 실종된 군인 유가족들도 만날 겁니다. 8천 명 정도가 실종됐고, 그 가족들은 아직도 오빠와 동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가족에게 희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전할 겁니다."
김 씨는 이번 여정 기간에 워싱턴 한국전 기념공원 내 건립될 '추모의 벽' 건립 기금도 모금할 계획이다. 2016년 10월 이 벽 건립안이 의회를 통과했지만 아직 비용 마련을 못 해 세우지 못하고 있다.
3개월간의 여정을 마치면 7월 27일을 '세계 평화의 날'로 제정하는 목표를 실천하겠다는 김 씨에게 '한국전쟁은 무엇이냐'고 묻자 "잊혀진, 끝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의 전쟁. 가장 큰 아픔이자 숙제, 제 인생을 건 사명"이라고 답했다.
김 씨가 두 차례에 걸쳐 이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계기는 2007년 거주지를 LA에서 워싱턴으로 옮기면서 가장 먼저 찾은 한국전 참전 기념비를 참배하면서부터다. 당시 그는 꽃다운 나이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나라의 자유를 위해 희생한 그들이 너무 고맙고 감사했다고 한다.
이후 그는 '한국전 참전용사의 날'을 제정하고, 끝나지 않은 전쟁임을 알리는 활동을 하며, 참전국을 직접 방문해 용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겠다는 3가지 목표를 세웠다.
김 씨는 한인 1.5세 청년들을 모아 '리멤버 7·27'을 결성했다. 그리고 매년 정전협정일인 7월 27일 워싱턴 링컨기념관 앞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에서 행사를 열었다. 한국전 발발일을 뜻하는 '오후 6시 25분'에 시작해 '오후 7시 27분'에 727명의 참석자가 일제히 촛불을 밝히는 형식이다.
그는 2009년 연방정부 청사에 국기를 게양하는 기념일로 지정해 달라는 '한국전 참전용사 정전기념일' 법안을 의회에 청원했다. 백악관과 의회의 모든 의원에게 '전화 로비'를 했고, 당시 찰스 랭글 전 하원의원의 강력한 후원에 힘입어 매년 정전기념일을 '한국전 참전용사의 날'로 제정하는 데 기여했다. 그 인연으로 랭글 의원의 보좌관이 됐다.
김 씨는 지난 2016년 랭글 의원이 정계 은퇴를 하자 같이 워싱턴 정계를 빠져나와 첫 여정을 기획해 실천했다. 지난해 1월 19일 미국 LA에서 출발해 캐나다-콜롬비아-영국-러시아 모스크바-스웨덴 등 유럽-그리스-터키-남아프리카공화국-에티오피아-인도-태국-필리핀-호주-뉴질랜드-일본-중국-부산-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서울까지 중간에 한 번도 집에 들어가지 않은 채 꼬박 4개월 동안 강행군을 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6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이민한 김 씨는 초·중·고교를 미국에서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유학해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가 UCLA에서 전문경영인 과정을 수료하고, 다시 조지워싱턴대 정치경영대학원에서 입법 등 의회관계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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