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 다른 영·미 페이스북 청문회…"美 의원들 러다이트 수준"
NYT "미국은 IT 거인에 관용· 유럽은 엄격한 규제…판이한 접근 방식"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영국 정치인에 비하면 미국 정치인들은 러다이트 단원 수준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 영국 의회의 마이크 슈로퍼 페이스북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상대로 한 청문회가 지난 10일과 11일 열린 미국 상·하원의 마크 저커버그 CEO 청문회와 비교해 "훨씬 더 터프(강경)했다"면서 이렇게 꼬집었다.
IT에 대한 무지, 페이스북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몰이해, 구체성의 결여로 일관한 미국 의회 청문회를 19세기 초반 산업혁명으로 일자리를 잃을 것을 우려한 '몽매한' 영국 민중들의 반(反)기계운동으로 묘사한 것이다.
영국 의회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 위원회는 이날 청문회에서 4시간여 동안 슈로퍼 CTO에게 데이터 수집의 기술, 앱 개발자 감독 방식, 가짜 계정, 정치광고, 유권자를 타깃으로 한 데이터회사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와 페이스북의 관계 등을 집요하게 추궁했다.
특히 다미안 콜린스 위원장은 얼굴 인식 기술의 사용방식, 이용자들이 사이트에 접속하지 않았을 때 페이스북이 이용자의 정보를 추적하는 방법 등에 대해 11쪽에 걸친 질문을 퍼부으면서 "이것이 가짜 뉴스가 들어오는 파이프이며, 당신들은 이를 컨트롤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보인다"고 꼬집었다.
영국 의회는 2016년 미국 대선은 물론, 같은 해 영국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에도 소셜미디어가 잘못된 정보를 전파해 선거에 영향을 줬다는 의혹을 조사해왔다. 이번 청문회에도 저커버그 CEO의 출석을 요구했지만, 페이스북의 거부로 슈로퍼 CTO를 상대로 청문회를 했다.
14개월에 걸친 영국 의회의 페이스북 조사와 별도로, 독일 독점 규제 당국도 페이스북과 구글에 대한 조사를 진행중이고, 유럽연합(EU)은 내달 개인정보 수집에 앞서 이용자의 동의를 요구하는 강력한 대(對) 소셜미디어 규제법을 발효할 예정이다.
NYT는 "(IT 대기업들과의 전투 경험이) 대서양 양쪽에서 개인정보를 감독하고 소셜미디어 거인들을 감시하는 접근 방식의 차이를 보여준다"면서 "미국은 페이스북과 같은 IT 거인들에 대한 규제를 거의 삼가고 있지만, 영국 및 유럽 국가들은 소비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더 엄격한 규칙을 모색하는 공격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미 상원 청문회에서 한 의원은 "페이스북은 회원들에게 돈을 받지 않으면서 어떻게 사업을 유지하나?"라는 기초 상식도 없는 질문을 하는가 하면, 또 다른 의원은 "내 아이가 인스타그램(페이스북 계열사)을 하고 있는데 당신과 함께 있을 때 자신을 언급해 주길 바랐다"는 등 저커버그에게 환심을 사려는 발언을 해 빈축을 샀다.
kn020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