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목소리]'자율 선택근무' SKT 팀장 "낯설지만 적응중…업무방식 변화"

입력 2018-04-30 07:01
[현장목소리]'자율 선택근무' SKT 팀장 "낯설지만 적응중…업무방식 변화"

"근로시간 측정 애매한 면 있어…업종특성상 '몰아치기 근무'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오는 7월부터 주당 법정 근로시간 52시간이 적용되는 가운데, SK텔레콤[017670]은 이달 1일부터 일찌감치 '자율적 선택근무제'(Design Your Work & Time)를 도입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회사의 전 직원들은 기존의 1일, 1주 근무시간 개념이 아니라 2주간 총 80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삼아 업무와 개인 일정을 고려해 근무 계획을 자율적으로 세우고, 몰입해서 일하는 방법을 체화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SK텔레콤 커뮤니케이션센터 기업PR팀 송광현 팀장은 30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직원들이 출퇴근 시간뿐 아니라 일일 업무시간 총량을 개인 일정에 맞춰 조절할 수 있어 개인의 니즈(Needs)에 따라 자기계발 시간 등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회사 내 반응을 소개했다.

송 팀장은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아서 직원들은 근무 계획을 미리 수립해야 하는 점, 실제 근무 등록을 해야 하는 점 등을 아직 어색하고 낯설어하고 있지만, 새로운 제도에 점차 적응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 직원들은 마감 등 업무로 매달 마지막 주 업무량이 많은 직원은 이를 근무 계획에 미리 반영해 그 전주는 30시간, 마지막 주는 50시간으로 나눠서 일하기 시작했다.

또 금요일마다 학원 수강과 운동 등을 하는 직원들은 금요일의 근무시간을 월∼목요일로 배치해 근무하면서 자기계발 시간을 갖고 있다.

회사는 직원들의 근무시간이 모두 달라서 회의 등 사내에서의 필수적인 공통 근무를 위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권장 협업시간을 운영하고 있다. 또 사내 공지를 통해 동료의 근무시간을 조회해 협업을 요청할 수 있게 했다.



송 팀장은 "직원들은 자신이 설정한 업무 시간을 최대한 책임감 있게 써야 하기 때문에 점심, 저녁의 휴게 시간도 설정한 시간에 맞춰 활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안팎에서는 주 52시간 근무를 시행하더라도 업무량이 줄지 않으면 퇴근 후나 휴일에도 집으로 일거리를 가져가 추가 근무를 해야 할 것이라는 우려가 가장 컸던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한 SK텔레콤의 대책은 무엇일까.

송 팀장은 "기존에 하던 업무 중 불필요한 업무를 축소하고, 개인별 업무를 재분배하며, 직원의 전문성을 향상하는 등 '일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게 회사의 입장"이라며 다소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그러면서 "SK텔레콤은 사내 교육을 통해 가치가 낮은 업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직원들에게 가르쳐주고 있으며, 리더가 솔선수범을 보이도록 해 오후 7시 이전에 퇴근을 권장하고 휴일, 야간에 SNS, 문자발송을 통해 업무 지시를 내리는 것도 지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SK텔레콤을 비롯해서 대기업들이 근로시간 단축 시행에 적극 보조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근로시간 측정'이 애매한 점은 기업 입장에서 가장 크게 느끼는 애로사항이다.

우리나라의 근로기준법은 기본적으로 제조업을 근간으로 하는데, 기술, 사무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근로시간 측정'이 애매하다는 것이다.

송 팀장은 "근로기준법에 의해 재량 근무제 도입이 가능하나 실제 기업에서 도입하기에는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으며, 유연근무제 등을 통한 단시간 근로도 좀 더 활성화돼야 하지만 휴게 시간의 규정(휴게 시간은 근무시간 도중 부여) 등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약자 보호 측면에 더해 국가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근로시간에 대한 논의는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한 아직 근로시간 단축 시행 초기 단계여서 통신업계의 특성상 생기는 애로점에 대해 해결책을 찾지 못한 부분도 있다고 했다.

예컨대 통신사들은 재난 발생 시 위기 경보 단계별로 임무와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서 불가피하게 '몰아치기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 경우 고정된 근로시간 안에 일을 끝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송 팀장은 "현재 2교대 근무, 순환근무 등을 대안으로 마련한 상태로, 정부 방침에 부합할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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