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식수·산책·영상감상·만찬…두 정상 '냉전 허물기'

입력 2018-04-27 06:01
[남북정상회담] 식수·산책·영상감상·만찬…두 정상 '냉전 허물기'

빠듯한 당일 일정 쪼개 친교행사…"평화 의지 상징적으로 보여줘"

단둘이 산책하며 담소…허물없는 대화 오갈까

(고양=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남북 정상이 함께 나눈 진한 우정과 역사적인 감동의 순간을 전 세계인도 함께 느끼리라 생각합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7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통령 비서실장인 임종석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은 전날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 메인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회담 일정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남북 정상은 이날 의장대 사열 등 공식 환영행사 외에도 공동 식수, 산책 등 다양한 친교행사를 통해 분단 65년간 켜켜이 쌓여온 '냉전의 벽' 허물기에 나선다.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것은 물론 평화를 위한 남북의 의지를 전 세계에 상징적으로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울러 정상 간 친교행사를 개최하기로 한 것은 북한을 정상국가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도 담은 것이라는 해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특히 앞서 2박 3일이었던 지난 두 차례 정상회담과 달리 이번 회담은 하루 만에 일정이 마무리됨에도 빠듯한 시간을 쪼개 친교행사를 배치했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두 정상은 오후 회담에 앞서 평화와 정주영 회장이 '소 떼'를 몰고 방북했던 군사분계선 인근 '소떼 길'에서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생에 싹을 틔운 소나무를 공동 식수한다.

임 위원장은 "소나무는 우리 민족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이자, 평화와 번영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한라산과 백두산의 흙을 섞어 기념식수에 사용하고 식수 후 문 대통령은 대동강 물을, 김 위원장은 한강 물을 뿌리는 등 화합의 의미를 한층 부각한다.

공동식수 후 두 정상은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 친교산책을 하면서 담소를 나눈다.

남북 정상이 처음으로 주변을 모두 물리고 산책에 나서는 것으로, 허물없는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신뢰를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일례로 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찾았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백악관 3층의 개인 공간을 보여주며 둘 만의 시간을 가진 바 있다.



산책 이후에는 평화의집에서 오후 회담을 이어가며 회담이 끝나고서 오후 6시 30분부터는 양측 수행원이 참석하는 환영 만찬이 평화의 집 3층 식당에서 열린다.

또 마지막으로 환송행사를 하는 등 제약된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우정'을 과시하기로 했다.

환송행사는 평화의집 전면을 스크린으로 삼아 '하나의 봄'이라는 주제가 쓰리디(3D) 영상을 함께 감상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임 위원장은 "역사의 현장이 될 평화의집을 배경으로 한반도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으로 표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회담 장소가 군사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상징성을 살려가면서 친교행사를 많이 배치한 것이 눈에 띈다"며 "자칫 긴장될 수 있는 분위기를 완화하자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교수는 "양국 정상이 다양하게 친교를 다지는 모습을 노출해 이번 회담의 상징성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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