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한류'에 반했어요" KLPGA 도전한 2인의 이방인

입력 2018-04-27 05:05
수정 2018-04-27 09:44
"골프 '한류'에 반했어요" KLPGA 도전한 2인의 이방인

말레이시아에서 온 제네비브·대만 출신 퐁치에

"박세리 이름은 어릴 때부터 들어"…"많이 배우고 가겠다"





(양주=연합뉴스) 권훈 기자= '골프에도 '한류'가 있어요. 한국 하면 맨먼저 여자 골프를 떠올리죠."

26일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크리스 KLPGA 챔피언십 출전 선수 명단에는 외국인 선수 2명이 포함됐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제네비브 링 아이 린(23)과 대만 출신 퐁치에(25)는 올해 10차례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조건부 시드를 받아 KLPGA투어에서 뛴다.

둘은 아시아 지역으로 영역을 넓히려는 KLPGA투어가 지난해 말레이시아에서 서바이벌 게임 방식으로 치른 ‘KLPGA of 신데렐라' 프로그램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됐다.

둘의 한국 생활은 'KLPGA of 신데렐라' 프로그램을 후원한 파라다이스시티가 지원한다. 정식으로 후원 계약을 맺어 둘은 모자에 '파라다이스시티' 로고를 새기고 경기한다.

지난 8일 끝난 롯데렌터카여자오픈에 이어 두번째 대회에 나선 둘은 "한국에서 많이 배워서 골프 선수로서 꿈을 이루고 싶다"고 한국에 온 이유를 분명하게 밝혔다.

둘을 한국으로 이끈 것은 세계를 호령하는 한국 여자 골프의 힘이다.

주니어 골프 선수가 30명 밖에 없는 사실상 여자 골프 불모지 말레이시아에서 12살 때부터 골프를 친 린은 "TV와 인터넷으로 즐겨보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들 활약은 놀랍다"면서 "우리와 체격과 외모가 비슷해 더 친근감이 간다"고 말했다.

한때는 한국을 능가하는 골프 강국 대만에서 주니어 시절을 보낸 퐁치에는 "한국 여자 골프가 왜 이렇게 강할까 궁금했다"면서 "한국에서 뛸 수 있다는 건 엄청난 기회"라고 한국에 온 이유를 설명했다.

둘은 어릴 때부터 '박세리'라는 이름 석자를 들으며 성장했다. 제네비브 린은 "박세리는 아시아 여자 골프의 상징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퐁치에 역시 "골프에 한류가 있다면 주인공은 박세리"라고 말을 보탰다.

둘은 25일 연습 라운드 때 박세리를 만나 사진도 함께 찍었다. 크리스 KLPGA챔피언십 중계방송 해설을 맡아 코스를 살펴보려고 나왔다가 이들은 만난 박세리는 제네비브 린이 "15살 때 말레이시아에 왔을 때 원포인트 레슨을 받은 적이 있다"고 밝히자 반가움을 표시했다.

이들이 본 한국 여자 프로 골프 선수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제네비브 린은 "한국 선수들은 걸을 때나 플레이할 때나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라고 감탄했다.

퐁치에는 "어쩌면 그렇게 아이언샷을 정확하게 치는지 모르겠다"면서 "한국 선수들은 연습량도 어마어마하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제네비브 린과 퐁치에의 목표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다.

KLPGA투어는 원대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소중한 과정이라고 이들은 보고 있다.

LPGA투어 2부투어 시메트라투어 시드도 갖고 있지만 한국에서 1년을 보내기로 한 제네비브 린은 "시메트라투어보다 KLPGA투어가 상금도 더 많다"면서 "상금보다 경기 수준이 높다는 게 더 중요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만과 중국여자프로골프도 병행하는 퐁치에는 "경쟁은 KLPGA투어가 가장 심하다. 하지만 배울 게 가장 많다"고 단언했다.

그렇지만 둘의 당면 목표는 컷 통과다.

2020년 도쿄 올림픽 때 말레이시아 대표로 출전하고 싶은 제네비브 린은 "한국에서 잘 하면 세계랭킹을 올릴 수 있다. 그러려면 컷 통과가 먼저"라고 힘줘 말했다.

퐁치에 역시 "한국에서도 상금을 많이 받고 싶다"면서 "한국 선수들이 다들 뛰어나지만 내 경기에 집중하면 매 대회 컷 통과를 가능하리라 본다"고 자신했다.

1라운드에서 퐁치에는 3오버파 75타, 제네비브 린은 5오버파 77타를 쳤다.

kh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