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최고 에이스 커쇼 압도한 '초등학교 교사' 무명 투수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매일 흥미로운 이야기가 쏟아지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26일(한국시간)의 최고 스타는 무명의 우완 투수 트레버 리처즈(25·마이애미 말린스)였다.
리처즈는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지구 최고의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30·로스앤젤레스 다저스)를 압도했다.
올해 빅리그에 데뷔한 리처즈는 이날 통산 5번째 선발 등판에서 4⅔이닝 동안 다저스 타선을 단 1안타로 묶고 삼진 10개를 낚았다. 점수도 주지 않았다.
공 100개를 던진 바람에 리처즈는 승리 투수 요건을 채우는 데 필요한 아웃카운트 1개를 남기고 3-0으로 앞선 5회 2사 1, 2루에서 강판해 구원 투수에게 승리를 양보했다.
그러나 리처즈는 5이닝 동안 3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된 커쇼보다 이날만큼은 월등히 나은 기량을 뽐냈다.
커쇼는 8년 만에 한 경기에서 볼넷을 6개나 헌납하고 스스로 무너졌다.
경기 후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리처즈에게 향했다.
그가 고향 일리노이주의 작은 마을 애비스턴의 초등학교에서 3개월 전만 해도 대체교사로 일했다는 내용은 신데렐라 스토리를 더욱 맛깔스럽게 해준 양념이다.
가르치는 것과 빅리거가 되는 것 모두 도전이었지만, 리처즈는 둘 다 이뤄 일간지 마이애미 헤럴드의 표현처럼 영화 '라라 랜드'의 스타가 됐다.
미주리주 드루리대학을 졸업한 리처즈는 메이저리그의 신인 지명을 받지 못해 2015∼2016년 독립리그인 프런티어리그에서 뛰었다.
그러다가 2016년 7월 마이애미 구단과 마이너리그 계약에 성공해 프로 구단 소속 선수가 됐다.
지난해엔 상위 싱글A와 더블 A에서 뛰었고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초청선수로 참가해 빅리그 데뷔의 기회를 잡았다. 마이너리그에서 남긴 통산 성적은 14승 14패, 평균자책점 2.52로 평범하다.
리처즈는 최고 시속 151㎞짜리 정교한 속구와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던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리처즈의 포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에 다저스 타자들은 무수히 선풍기를 돌렸다.
리처즈는 MLB닷컴 인터뷰에서 "마운드에서의 순간을 즐기려고 노력했다"면서 "커쇼와의 선발 대결은 말로서는 쉬운 표현이고, 난 다저스 타선을 요리하는 데 집중했다"며 본연의 임무에 전력을 쏟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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