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금융거물 겨눈 칼날, 홍콩에 '불똥'…화룽직원 여권 '몰수'
FT "홍콩 자회사 직원 여권 임의 몰수는 중국의 치외법권적 행위"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 금융계 거물인 라이샤오민(賴小民·55) 화룽(華融) 자산관리공사 회장을 겨냥한 중국 감찰 당국의 사정 드라이브가 홍콩 자회사 직원들까지 번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룽 자산관리공사는 지난 20일 중국 본토에서 건너와 홍콩에 근무하는 자회사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23일까지 여권과 홍콩 거주허가증을 회사에 제출하라고 지시하고 이를 어길 경우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 보도했다.
화룽 자산관리공사의 홍콩 자회사 직원들에 대한 여권 제출 요구는 라이 회장이 중국 국가감찰위원회로부터 '중대 기율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이뤄졌다.
라이 회장의 구체적인 혐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부패 혐의에 연루된 당과 정부의 간부나 국영기업체 간부를 체포해 조사할 때 통상 '중대 기율 위반'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점으로 미뤄 라이 회장도 부패 혐의로 조사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홍콩 자회사에 근무하는 중국인 직원들에 대한 여권 몰수는 라이 회장 사건과 관련이 있는 직원을 색출하고 이들의 도피를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화룽 자산관리공사가 홍콩 자회사 직원들의 여권을 임의로 몰수하는 것은 홍콩 기본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홍콩 노동국 관계자도 "누구도 직원들에게 여권과 관련 자료를 제출하도록 강요할 권리를 부여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화룽 자산관리공사의 홍콩 자회사 직원들에게 여권을 임의로 제출하도록 지시한 부서는 조직부이라고 전했다. 조직부는 중국 공산당과 정부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는 조직으로, 중국의 주요 회사에는 반드시 설치돼 있다.
화룽 자산관리공사는 홍콩에 7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으며, 직원은 수백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룽 자산관리공사가 홍콩 자회사 직원의 여권을 임의로 몰수한 것은 중국이 홍콩에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한 기본법을 위반하고 치외법권적 행위를 한 증거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홍콩은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주권이 반환된 이후에도 헌법 성격인 '기본법'에 따라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받고 있다. 중국 공안도 홍콩 역내에서는 홍콩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서는 활동할 수 없다.
하지만 중국과 홍콩 사이의 관할권을 규정한 법적인 장벽을 침해하는 사례들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2016년에는 중국을 비판하는 서적을 판매한 홍콩의 한 출판업자가 홍콩에서 중국 공안에 의해 체포됐다.
또 다음해에는 중국 투자회사 밍톈그룹의 샤오젠화(肖建華) 설립자가 중국 포시즌스호텔에서 수십 명의 중국 공안에 체포돼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중국 본토로 보내졌다고 홍콩 언론들이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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