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촉발한 검찰 성범죄 진상조사 86일…전담기구 설치
안태근 등 7명 사법처리 후 해단…전담기구에 바통 넘겨
법무부 검찰국 압수수색·영장기각 등 우여곡절 겪어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검찰 조직 내 성범죄 가해자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고 성범죄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출범한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이 26일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사실상 활동을 마무리했다.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사실 폭로로 지난 1월 31일 출범한 조사단은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산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86일 동안 공식활동을 이어 왔다.
안태근 전 검사장 등 전·현직 검찰 구성원 7명을 재판에 넘긴 조사단은 공소유지 활동에만 집중할 방침이다.
대검찰청은 검찰 내 성범죄 피해 신고 접수와 상담 업무 등을 전담하는 '성 평등·인권담당관'을 신설하고 조사단의 기능을 넘겨받기로 했다.
조사단은 안 전 검사장 외에 성추행 혐의를 받는 김모 부장검사, 검사 출신 대기업 전직 임원 A씨, 전직 부장검사인 B 변호사, 현직 검찰 수사관 3명의 재판에서 혐의 입증에 나서야 한다.
이들 중 김 부장검사는 이미 구속기소가 돼 지난 11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 '서지현 폭로' 이틀 만에 조사단 출범…과감한 수사
올해 1월 29일 서 검사가 안 전 검사장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지 이틀 만에 검찰은 조사단을 구성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2월 4일 서 검사를 불러 피해 사실을 들은 조사단은 이를 토대로 본격적인 참고인 조사를 시작했다.
2월 13일에는 검찰 인사업무를 담당하는 법무부 검찰국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서 검사의 인사자료 확보를 위한 조치였다. 검찰이 검찰을 관리·감독하는 법무부 검찰국에 대해 강제수사를 벌인 것은 초유의 일이었다.
2월 22일에는 서 검사의 2015년 8월 통영지청 발령에 관여한 검찰국 출신 부산지검 이모 부장검사와 신모 검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서 검사의 인사 관련 자료를 일부 빼돌렸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조사단은 이들이 서 검사의 인사자료를 반출하고 누설한 사실을 포착하고 대검에 징계를 건의했다.
관련자 진술과 증거자료 확보로 자신감이 붙은 조사단은 2월 26일 안 전 검사장을 처음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조사단은 안 전 검사장을 상대로 인사개입 의혹을 집중 조사했다. 성추행 범죄사실도 확인했지만 고소기간이 지나 입건하지는 않았다.
그 사이 부하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김모 부장검사를 체포해 구속기소 하는 등 검찰 내 성범죄 사건 수사에서 성과를 냈다. 2월 12일 사무실에서 긴급체포된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소속 김 부장검사는 15일 구속돼 21일 구속기소 됐다. 체포 후 구속기소까지 9일밖에 걸리지 않은 빠른 행보였다.
◇ '안태근 의혹' 규명 차질…조사단 수사 침체
하지만 안 전 검사장의 인사개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단서가 좀처럼 확인되지 않으면서 수사가 침체되기 시작했다.
3월 5일 안 전 검사장을 한 차례 더 불러 조사한 조사단은 다음날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중간 수사결과를 보고하면서 구속영장 청구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문 총장이 안 전 검사장에 대한 범죄 구성요건 관련 내용을 좀 더 보강하라고 지시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문 총장의 지적은 조사단이 확보한 관련자 진술과 증거로는 안 전 검사장의 혐의 입증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취지였기 때문이다.
수사 초기 주요 참고인들에 대한 진술 확보에 실패한 것이 미진한 수사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특히 핵심 참고인이던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 무산이 뼈 아팠다.
성추행 사건 발생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던 최 의원은 임은정 검사가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 사건을 공론화하려고 하자 제지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설상가상 조사단이 수사하던 다른 사건에서 구속영장이 연거푸 기각되면서 의욕만 앞세워 수사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각에서 나오기도 했다.
◇ 수사심의위로 반전…영장 기각돼 초라한 퇴장
조사단 수사가 활기를 띠지 못하자 일각에서는 안 전 검사장을 결국 재판에 넘기지 않으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었다.
안 전 검사장의 신병처리를 놓고 2달 가까이 이렇다 할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점을 두고 '인사보복' 혐의를 입증할 유력한 증거를 찾지 못한 게 아니냐는 예상도 나왔다.
이에 조사단은 3월 24일 서 검사를 다시 불러 수사 중간결과를 재점검하고, 3월 26일 안 전 검사장을 세 번째로 소환해 조사하는 등 수사 의지를 재확인했다.
3월 27일에는 부장판사와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 2명을 전문수사자문위원으로 위촉해 2014년 서 검사에 대한 사무감사 과정에서 부당한 인사개입이 없었는지 등을 정밀히 조사했다.
4월 9일에는 안 전 검사장의 구속과 기소 여부를 검찰 외부인사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맡기기로 했다. 고위직 검찰 인사 출신의 피의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외부에 판단을 맡겨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겠다는 의도였다.
13일 수사심의위가 '구속기소'로 의견을 내면서 상황이 반전되는 듯했다. 하지만 법원이 18일 안 전 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핵심 피의자인 안 전검사장의 신병확보는 끝내 무산됐다.
결국 조사단은 구속기소한 김 부장검사를 제외하고 안 전 검사장 등 6명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기고, 공소유지 검사를 지정하는 것을 끝으로 활동을 마무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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