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주 작가가 그린 '법정스님의 뒷모습'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법정 스님 저서 편집자로서 스님과 각별한 인연을 맺었던 정찬주 작가가 스님의 가르침을 담은 산문집 '법정스님의 뒷모습'(한결미디어 펴냄)을 출간했다.
스님의 일생을 소설화한 '소설 무소유'와 스님의 수행처를 찾아다닌 순례기행기 '그대만의 꽃을 피워라'를 쓰기도 한 저자는 이번 책에서 법정 스님과 자신의 인연을 돌아보고 다양한 일화를 소개하면서 스님의 가르침을 되새긴다.
저자는 법정 스님이 우물가에서 삶은 국수를 찬물에 헹구어 식히는 와중에 우물 밖으로 떨어진 국숫발을 "신도가 수행 잘하라고 보내준 정재인데"라며 주워 먹은 모습을 스님이 그리울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으로 꼽는다.
"진정한 수행자란 상담이나 하는 카운슬러가 아니라 설명 없이 행동으로 가르침을 준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저자는 회고한다.
스님이 대통령의 청와대 초대를 거절하고 심지어 조계종 총무원도 피해 다닌 일화도 소개한다. 저자는 '권력자를 멀리하고 힘없는 자를 가까이하는 수행자의 모습' 속에서 '주변의 무리가 향기롭지 않을 때는 함께하지 말고 차라리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고 한 부처의 가르침을 되새긴다.
스님은 열반에 든 마지막 순간까지도 큰 가르침을 남겼다. 꽃으로 장식한 운구차에 실려 가는 대부분의 고승과 달리 유언에 따라 누운 몸을 가사 한 장으로 덮은 것이 전부였던 스님의 장례식 모습을 보면서 저자는 "뒷모습이 참모습"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다비장 가는 길에서 "참사람은 삶도 죽음도 없다. 죽어도 산 사람이 있고 살아도 죽은 사람이 있다"는 서옹스님 말을 듣고 저자는 "나는 산 사람인지 죽은 사람인지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고 돌이킨다.
책에는 이외에도 작가가 불일암에서 스님에게서 법명과 계첩을 받고 제자가 된 이야기, 스님에게서 낙관 없는 현판 글씨를 받은 이야기, 스님이 대원각 땅을 시주받아 길상사를 창건한 이야기, 저자가 편집자로서 스님의 저서를 만든 이야기, 스님 입적 후 누에고치처럼 자신을 가두어 '소설 무소유'를 완성한 이야기 등을 소개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이 법정 스님을 이야기하는 마지막 책이 될 것"이라며 이미 펴낸 두 권의 책이 법정 스님께 올리는 헌정의 책이었다면 이번 책은 스님이 주신 자비와 가르침이 가득한, 마지막 선물과도 같은 책이라고 소개했다.
288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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