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기자회 "미·중·러 스트롱맨이 언론자유 위협"

입력 2018-04-25 17:10
국경없는기자회 "미·중·러 스트롱맨이 언론자유 위협"

"러 등 권위주의 정권의 언론적대감 주변 확산"

트럼프 "기자는 인민의 적"…中에선 '21세기판 전체주의' 조짐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스트롱맨'이 이끄는 나라에서 최근 언론의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고 AFP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경없는기자회(RSF)는 이날 '2018 세계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하면서 "정치인들이 공공연히 언론에 대한 적개심을 부추기고, 권위주의 정권의 그런 움직임이 주변 국가로 확산하면서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RSF는 "민주적 방식으로 선출된 지도자들도 언론을 더는 민주주의의 필수적 토대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올해 발표한 지수는 언론인에 대한 적대감이 증가하는 추세를 반영한다"고 덧붙였다.



RSF는 특히 미국(45위), 중국(176위), 러시아(148위)를 주로 비난했다.

세 나라는 세계 정치 질서를 이끄는 초강대국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등 스트롱맨이 이끄는 나라라는 공통점이 있다.

RSF는 미국은 지난해보다 2계단 내려앉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주기적으로 기자들을 상대로 '개인적인 공격'을 퍼붓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 보도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일축하고 있다. 언론 보도를 신뢰할 수 없고 언론사들이 부패했다고 비난하는 등 취임 후 줄곧 주류 언론과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RSF는 "트럼프 대통령은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사용했던 '인민의 적'이라는 단어를 기자들을 부를 때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21세기판 전체주의'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순위는 작년과 같지만, 검열과 감시에 새로운 기술이 엄청나게 동원되고 있다는 것이다.

RSF는 "중국인들은 소셜네트워크 정보를 공유하거나 메신저 프로그램을 통해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감옥에 갈 수 있다"며 "현재 50여명의 언론인과 아마추어 저널리스트가 구금돼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등 언론 자유가 보장됐던 지역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해 기자회견 도중 '기자들을 향해'(for journalists)라는 말이 적힌 모의소총을 들고나온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 기자들을 '더러운 반슬로바키아 창녀'라고 부른 로베르트 피초 전 슬로바키아 총리의 예가 소개됐다.

RSF는 "언론에 대한 적대감은 더는 터키(157위), 이집트(161위) 같은 권위주의 국가에 한정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인도(138위)에 대해서는 라넨드라 모디가 2014년 총리로 선출된 후 힌두 근본주의자들이 언론인을 향해 폭력적인 말을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133위) 대통령도 계속해서 기자들을 모욕하고 있고, 아웅산 수치가 실권자인 미얀마(137위)도 언론 역할 수호에 대한 믿음을 저버렸다고 덧붙였다.

RSF는 특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터키(157위)에 대해 언론에 가장 억압적인 25개국 중 하나로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RSF는 "터키에서는 언론 혐오증이 워낙 공개적으로 드러나고 있어 언론인들은 일상적으로 테러의 표적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180위)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세계에서 언론 자유가 가장 낮은 나라로 집계됐다. 한국은 지난해보다 20계단 오른 43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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