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 4·3 희생자 유해발굴서 신원확인까지 난관은?

입력 2018-04-25 16:31
수정 2018-04-25 16:38
제주공항 4·3 희생자 유해발굴서 신원확인까지 난관은?

암매장 추정지 정확도 결여, DNA 검사도 세월 거스르기엔 역부족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국제공항에서 4·3 희생자 유해 3차 발굴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흐른 데다가 공항 확장공사 과정에서 유해가 훼손됐을 가능성도 있는 등 유해발굴과 신원확인까지는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 암매장 추정지 정확도 결여

25일 제주공항에 암매장된 4·3 희생자 유해를 찾기 위한 땅속탐사레이더(GPR·Ground Penetrating Radar)가 투입됐다.

GPR 탐사는 땅속에 묻힌 유골이나 문화재 등을 찾기 위해 간접적으로 지하를 조사하는 방법 중 가장 정밀한 탐사법으로 알려졌다.

고주파의 전자기파를 지하로 보내 유해와 땅속 주변 물질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신호의 전기적 차이를 분석해 유해를 찾는 방식이다.

그러나 조사방법 상 여러 가지 조건이 부합해야 하는데 현실적인 여러 가지 난관이 예상된다.

우선 유해가 묻힌 땅속 깊이가 가장 큰 문제가 된다.

과거 공항확장 공사를 하면서 추가로 흙을 덮는 복토작업이 이뤄지는 바람에 상당한 높이의 복토 층이 형성됐다.

복토 층이 얇으면 얇을수록 정확한 조사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데 한국공항공사 측이 조사 예정지역의 복토 층을 3∼5m 정도로 보고 있어 탐사 결과의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

또한, 공항 내 복토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자갈과 돌덩이들이 섞여 들어갔고, 당시 많은 유해가 훼손됐을 가능성이 있다.



자갈과 돌덩이 등의 전자기파 신호는 유골 신호와 비슷하므로 분석 과정에서 이를 구분하는 작업이 매우 까다로워진다.

지난해 12월 진행된 5·18 행방불명자 암매장 추정지역 발굴조사 과정에서도 GPR 조사 때 이상 신호가 나타난 지점을 중심으로 2m가량 땅을 파보니 바윗덩이만 나온 적도 있었다.

무엇보다 '4·3 행방불명인 유해발굴 예정지 긴급 조사 용역'을 통해 암매장지로 추정되는 지역을 5곳으로 추렸지만, 정확도는 장담할 수 없다.

증언자들이 말한 과거 주소를 토대로 지적측량을 통해 복원한 현재의 위치는 공항 내 남북활주로 북단 서쪽 구역인 제주시 도두이동 2454번지와 도두일동 2046번지 일대다.

이외에는 모두 많은 증언자에 의한 교차증언이 아닌 단순기억으로 추정한 지역에 불과하다.

공항 내 모든 곳을 발굴할 수 없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만큼 실제로 유해를 발견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 DNA 검사로 모든 신원 밝혀질까

유해를 발굴하고도 신원확인까지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4·3 희생자 유해발굴 사업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제주시 화북동, 제주국제공항 등 8곳에서 이뤄져 총 400구의 유해가 발굴됐다.

이 중 신원이 확인된 시신은 92구에 불과한 실정이다.

나머지 308구는 70년이 다 되도록 가족 품으로 돌아가기는커녕 이름조차 찾지 못한 상태다.

오랜 기간 땅에 묻혀 있다가 발굴된 유해는 공기와 닿으며 산화, 훼손돼 DNA가 잘게 쪼개지는 등 시간이 흐를수록 확인이 어려워진다.

2010년까지 400구의 유해 중 121구의 유해에 대해서는 DNA 조사를 했지만, 나머지 279구에 대해서는 예산 지원이 중단돼 검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과거 기본적인 유전자 검사인 STR(short tandem repeat) 검사법에서 최근 도입된 SNP(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검사법으로 5∼6배가량 식별력을 높였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른 산화작용을 거스르기에는 역부족이다.

STR 검사가 유해 1구당 검사비용이 약 40만원인 반면, SNP 검사는 검사비용이 1구당 약 330만원에 달해 큰 비용이 드는 것도 부담이다.

제주4·3평화재단은 아직 이뤄지지 못한 279구 유해에 대해서도 SNP 검사법으로 신원확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장윤식 제주4·3평화재단 총무팀장은 "여러 가지 난관이 있어 최악에는 GPR 탐사와 시굴조사만으로 공항 내 발굴 사업은 종료될 수도 있으나 최선을 다하겠다"며 "유해가 드러난 상태에서 현장 발굴설명회를 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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