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D-2] 軍수뇌부간 군사충돌 방지 '핫라인' 설치될까
국방장관-인민무력상, 합참의장-총참모장 직통전화 연결 방안
DMZ 내 남북 GP 간격조정, 중화기 철수 등…함정 간 핫라인도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이틀 앞으로 다가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육상과 해상에서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할 방안을 도출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7일 남북정상회담 주요 의제인 항구적 평화정착 방안 가운데 어떻게 우발적 군사적 충돌을 방지할지는 군사적 긴장 완화의 핵심 안건이라고 할 수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25일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 주최로 열린 '제3회 한반도 전략대화' 발표를 통해 "(남북은 회담에서)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 방지, 군사적 긴장 완화 및 신뢰 구축 조치도 얘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 당국은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 방지를 위한 가장 우선적인 대책으로 군 수뇌부간 '핫라인'개설이 필요하다고 판단, 앞으로 이 문제를 시급히 다루는 방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육상과 해상에서 사소한 문제가 충돌로 확대될 수 있으므로 유사시 군 수뇌부끼리 즉각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남측 국방부 장관과 북측 인민무력상, 남측 합참의장과 북측 총참모장 집무실에 직통전화(핫라인) 설치가 필요하다고 군 당국은 인식하고 있다. 양국 군대를 지휘하는 권한을 가진 책임있는 최고 당국자 집무실에 핫라인을 설치하자는 것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육상이나 해상에서 뜻하지 않은 사건이 발생해 이것이 우발적인 충돌로 확대되지 않으려면 현장 지휘관들의 판단도 중요하지만, 최고 군 당국자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직통전화가 있다면 충돌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양측 군 수뇌부간에 핫라인이 개설되어 신뢰가 쌓이다 보면 지상군에서는 전방부대 군단장과 해군에서는 함대사령관 간에도 핫라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남북은 2004년 경의선 철도·도로 구간에 매설된 통신선을 증설해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와 북측의 남포 서해함대사령부를 서로 연결하는 새로운 통신선로를 마련하기로 합의, 팩스 1회선을 설치한 바 있다. 그러나 2008년 북측의 단절로 아직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2004년 6월 제2차 장성급군사회담에서 우리측이 제의한 서해 경비함정간 공용주파수 설정 및 운영과 경비함정간 시각 신호를 제정해 활용하기로 하고, 같은 달 15일 6·15 남북공동선언 채택 4주년에 시행하기로 합의도 했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에서 기동하는 양측 함정은 핫라인 역할을 하는 국제상선공용주파수(주주파수 156.8Mhz·보조주파수 156.6Mhz)로 상호 의사를 교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남북한 함정의 호출부호는 각각 '한라산', '백두산'으로 했다.
우리 함정이 "백두산, 백두산, 여기는 한라산, 감명도는?"이라고 호출하면 북측은 "한라산, 한라산, 여기는 백두산, 감명도 다섯" 등이라고 응답하는 방식이었다. 감명도 상태는 1∼5까지 숫자로 대답하고 감명도가 낮으면 출력을 높이라고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2004년 6월 14일 연평도 서방 3마일 해상에서 우리 고속정 328호 참수리와 북측 경비함정이 900여m 거리를 둔채 역사적인 양측 해군간 첫 교신을 했다. 이어 양측이 합의한 경비함정간 시각 신호도 주고받았다. 상호 합의한 숫자가 쓰인 깃발을 들어 시각 교신을 한 것이다.
우리측이 '아측은 적대행위 의도가 없다'는 의사표시로 '4번 깃발'을 올리자, 북측은 '너의 신호를 이해, 수신했다'는 뜻으로 '9번 깃발'을 올리고 라이트를 깜박이는 불빛 신호로 화답했다.
이후 남북은 한동안 함정 핫라인을 정상 가동했지만, 북측은 적극적이지 않았다. 우리 함정이 "백두산"을 호출하면 북측 함정은 응답하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실제 북측 함정이 먼저 "한라산"을 호출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북한은 2008년 5월부터 우리 함정 호출에 응답하지 않으면서 함정간 핫라인도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국제상선공용주파수는 모든 함정이 들을 수 있으므로 북측이 응답만 하면 지금이라도 함정간 핫라인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 북측에 대해 함정간 핫라인 합의 사항을 이행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비무장지대(DMZ)의 '중립지대', '평화지대', '비무장화' 등의 방안으로 DMZ내 남북 GP(감시소초) 간격을 조정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DMZ 내에는 남측이 60여 개, 북측이 160여 개의 GP를 각각 운용하고 있다.
정전협정 체결 당시 군사분계선(MDL)을 사이로 남북 각각 2㎞ 구간을 DMZ로 설정했다. 당시 실제 장비로 측정한 것이 아니고 1대 100만 축척의 지도 위에 선을 그어 지금은 상당한 오차가 난다.
주먹구구식으로 지도 위에 획정하다 보니 실제 지형적 여건으로 DMZ내 북한군 GP와 우리 군 GP와의 거리가 580여m인 곳도 있다. 이처럼 다닥다닥 붙은 GP에 대해서는 간격을 떨어뜨리거나 아예 철거하는 방안이 협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DMZ내 GP의 완전 공동철수 방안에 대해서는 남북 모두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 일단 간격이 좁은 GP부터 해결하자는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YNAPHOTO path='AKR20180425127300014_05_i.jpg' id='AKR20180425127300014_0501' title='북한군 GP' caption='[연합뉴스 자료사진]'/>
DMZ내 GP에 거치된 중화기를 공동 철거하는 방안도 협의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화기로 자칫 우발적 충돌을 불러올 수 있고, 중화기 없는 비무장지대를 만드는 것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조치라는 판단 때문이다.
DMZ 내에는 개인화기(소총이나 권총) 외에는 중화기 반입을 금하고 있으나, 북한은 GP에 박격포와 14.5㎜ 고사총, 무반동포 등 중화기를 배치했다. 우리 군도 이에 맞서 K-6 중기관총, K-4 고속유탄기관총 등을 GP에 반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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