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싫다"…두테르테, 27년 봉사활동 호주 수녀 추방

입력 2018-04-25 15:14
수정 2018-04-25 15:57
"쓴소리 싫다"…두테르테, 27년 봉사활동 호주 수녀 추방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필리핀의 '스트롱맨'(철권통치자 또는 독재자)으로 불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정부를 비판하는 활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27년 이상 필리핀에서 봉사활동을 해온 호주인 수녀를 추방하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25일 일간 필리핀스타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필리핀 이민국은 이날 호주인 수녀 퍼트리샤 폭스(71)에게 30일 안에 필리핀을 떠나라고 명령했다.



필리핀 이민국은 선교사 비자로 체류하고 있는 폭스가 불법 정치 활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면서 폭스가 최근 필리핀 농부들에 대한 군인들의 인권침해 의혹을 확인하는 대표단에 참여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당국은 지난 16일 '바람직하지 않은 외국인'(Undesirable Alien)이라며 폭스를 체포했다가 24시간 만에 풀어주기도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주 군인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자신이 이민국에 폭스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폭스를 겨냥해 "외국인인 당신은 수녀의 탈을 쓰고 나를 모욕하고 있다"면서 "그것은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민국의 추방 명령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대해 폭스의 변호인은 "폭스는 어떠한 정치활동에도 참가하지 않았다"면서 당국에 이의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폭스는 27년 이상 필리핀 현지 여성과 가난한 농부 등을 돕는 인권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해왔다.

한편 필리핀 정부는 지난 15일 마약과의 전쟁과정에서 발생한 '초법적 처형' 의혹을 비판한 자코모 필리베크 유럽사회당 사무부총장의 입국을 거부하고 강제 출국시킨 바 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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