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D-1] '4강 4색'…트럼프, '세기의 담판'에 승부 건다

입력 2018-04-26 13:00
[정상회담 D-1] '4강 4색'…트럼프, '세기의 담판'에 승부 건다

남북정상회담 보며 '패 읽기' 주력…"초장에 끝장낸다" 호언장담

김정은 상대 특유 협상력 토대로 CVID 향한 '통 큰 합의' 모색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생중계를 통해 판문점에서 전 세계로 타전될 4·27 남북정상회담의 실시간 상황에 그 누구보다 시선을 고정할 사람은 태평양 건너편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운명의 맞상대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일거수 일투족' 은 '세기의 담판'을 앞두고 전열을 가다듬는 그에게 '지피지기'의 생생한 교본이기도 하다는 점에서다. 한반도 비핵화 여정에서 새로운 이정표가 될 북미정상회담이 불과 몇 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서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창'을 통해 엿보게 될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와 협상 스타일 등을 단서로 그가 본게임에서 꺼내 들 '패'를 탐색해가며 고도의 수 싸움과 심리전에 대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북미 간 비핵화 담판의 '예비전' 성격이 될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어느 정도 구체적 밑그림이 그려지나에 따라 북미 협상 테이블에 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포스트 4·27' 전략·전술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만이 한반도의 난제를 풀 유일한 해결사라고 믿고 있으며, 그 성과를 발판으로 '역사의 위인'으로 족적을 남기고 싶어한다고 한다. 주변 인사들에게 "그 친구(김정은)와 나를 한 방에 들여보내만 달라. 그러면 내가 해결하겠다"고 호언장담했을 정도로 자신감에도 차 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상대는 지난 6년여간 북한 내에서 '은둔'하며 핵과 미사일을 개발, 이를 체제 생존의 안전판으로 손에 꽉 쥐어온 당사자이다. 차남 에릭 트럼프(34)와 동갑으로, 나이로는 아들뻘이지만 베일에 가려져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수'를 읽기 쉽지 않은 측면도 없지 않다.

여기에 지난달 한국 특사단이 전달한 김 위원장의 '초청장'을 즉석에서 수락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물리적 준비 기간도 넉넉지 않다. 부동산 재벌 출신으로, '협상의 대가'를 자처해왔지만, 초대형 외교협상의 경험은 전무하다시피 한 점을 우려하는 시선도 미국 조야 일각에서 제기된다.

이러한 '안갯속 대좌'의 위험 요인들을 하나씩 걷어내며 '통 큰 합의'의 승률을 높여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무엇보다 기선제압을 통해 협상의 주도권을 확보, 초반부터 승기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대로 구체적 비핵화 로드맵을 놓고 밀고 당기기가 불가피해 보이는 가운데 자칫 페이스를 놓칠 경우 예기치 않은 수세에 몰리면서 일괄타결식 비핵화 속도전 추진에 스텝이 꼬일 수도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협상에서 초기에 '빅딜'을 통해 결판을 내는 이른바 '빅뱅 접근법'을 통해 북한의 시간 끌기 시도와 단계적 보상을 염두에 둔 '살라미 전술'을 차단하려 할 것이라는 얘기가 행정부 안팎에서 나오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핵·미사일 실험 중단 및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장 폐쇄라는 김 위원장의 선제조치에 즉각적 환영 입장을 표하면서도 "쉬운 협상은 안 한다"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고정불변의 상수로 못박았다.

그러면서 "양보는 없다. 압박작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배수의 진을 친 상태이다.

그 연장 선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벼랑 끝 협상 전술도 빼놓지 않고 있다. 이번 회담이 세계적 성공이 되도록 뭐든지 하겠지만, 결실이 없으면 언제든 협상장을 박차고 나오며 판을 깰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동시에 발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전까지 북미 간 막후 물밑 접촉을 통해 김 위원장의 진의와 행간의 속내를 간파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 '경우의 수' 별로 다양한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시야가 향한 목표 지점이 '완전한 핵 포기'냐 '핵보유국 입장에서의 핵 군축'이냐를 놓고는 여전히 엇갈린 시선이 교차하고 있어 미국으로서도 복잡한 셈법이 가동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준비 작업은 '복심'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가 전권을 받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이달 초 극비리에 방북, 김 위원장과의 사전담판을 통해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탐색전을 벌이는 등 김 위원장의 면면을 일차적으로 가늠하고 돌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4·27 남북정상회담 후에는 한미정상회담 등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정은 대처법'에 대한 조언을 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현 중앙정보국(CIA) 국장인 폼페이오 내정자는 정보당국 수장으로서 그간 수집·축적해온 대북 정보를 바탕으로 협상 노하우를 개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데 만전을 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인 이번 대담판의 승부는 양측이 각각 치밀하게 준비해온 각본과 아울러 현장에서의 개인기 등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몇 달간의 말 폭탄 싸움을 뒤로하고 극적 반전을 보인 두 사람의 독특한 캐릭터를 고려하더라도, 즉흥적이고도 파격적인 승부사 기질을 가진 이 두 주연배우가 연출할 '예측불허 리얼리티쇼'의 결말을 예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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