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너무 하네" 민주당 광주·전남 후보 경선 혼탁 속출
단체장부터 지방의원·국회의원 재선거까지 곳곳 잡음
컷오프 반발·상대 비방·단일화 삐끗·고소·고발 난무
(광주=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더불어민주당 광주·전남 후보 경선을 둘러싼 각종 잡음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단체장과 지방의원 후보 경선은 물론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 경선 2곳도 모두 논란에 휩싸여 후보 간 비방과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있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란 인식이 확산하면서 '일단 되고 보자, 일단 막고 보자'는 막가파식 대응으로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이 되고 있다.
광주시장 경선부터 시장·군수·구청장, 시·도의원, 시군구의원, 국회의원 재선거까지 정상적인 경선지역을 찾기가 더 힘들 정도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 광주 단체장 경선 '진흙탕'
광주시장부터 일선 구청장 경선까지 민주당의 광주 단체장 후보 경선은 그야말로 혼탁 그 자체다.
일찌감치 과열된 광주시장 경선부터 정책·공약 대결은 사라졌고 당원명부 유출 사건으로 시작된 고소·고발 전은 후보가 확정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광주의 5개 구청장 선거도 1곳도 조용한 곳이 없다.
동구는 3인 경선 원칙에 4인 경선을 해 구설에 올랐고, 서구는 현직 구청장의 컷오프와 무소속 출마 선언으로 시끄러운 상태다.
남구는 후보 자격문제로 중앙당이 아예 보류지역으로 지정해 경선일정조차 나오지 않았으며, 북구는 후보 간 단일화 합의에서 잡음이 나오면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광산구도 컷오프에서 탈락한 4명의 후보 중 3명이 반발해 재심 청구를 한 상태다.
10년 넘게 민주당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김모씨는 "이렇게까지 정신없던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라며 "도대체 경선하는 것인지 싸움을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혀를 찼다.
◇ 전남지역도 고소 고발전 난무
지역이 넓게 퍼져있는 탓에 광주보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지만, 전남 경선도 마찬가지다.
기초단체장 경선은 마무리했지만, 현역 단체장 8명 중 4명이 경선에서 탈락한 이변이 나오면서 이들의 행보에 따라 갈등이 격화할 수 있다.
전남선관위가 이번 선거와 관련해 조치한 건수는 103건으로 이중 고발이 20건, 경고가 83건이다.
조치 건수가 모두 민주당과 관련된 것은 아니나 대다수가 민주당 경선 잡음으로 인한 것들이다.
지역별로는 순천이 17건으로 가장 많고 강진 16건, 전남지사 10건, 목포와 장성이 각각 6건이다.
인쇄물과 기부행위가 각각 29건·26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허위사실 공표 13건, 여론조사 10건, 문자메시지 7건, 시설물 5건, 공무원 선거개입 2건, 집회 1건 등이다.
전남도 선관위 관계자는 "잘못 알려진 내용이 기사화되고 특정 후보들에게 유불리로 작용하면서 이로 인한 갈등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 국회의원 재선거도 후보 간 대립 격화
광주·전남에서는 6월 13일 지방선거에서 국회의원 재선거를 광주 서구갑과 전남 무안·영암·신안 등 2곳에서 하는데 모두 홍역을 치르고 있다.
광주 서구갑은 중앙당의 전략공천 방침에 대해 송갑석 후보가 반발하고 일부 지역사회단체들도 여기에 가세해 중앙당 항의방문과 촛불집회 등을 이어가고 있다.
경쟁 상대인 박혜자 후보도 지지자들을 통해 중앙당 방침 수용을 요구하고 송 후보 측에 맞서면서 후보 간 갈등이 지역민 대립으로 확산하고 있다.
무안·영암·신안 선거구도 경선결과 발표가 갑자기 연기됐다.
서삼석 예비후보 측이 경로당에 주민들을 모아 놓고, 이들에게 선거 여론조사용 전화가 걸려오면 대신 응답을 하는 방식으로 대리투표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경쟁자인 백재욱 예비후보는 주민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이런 의혹을 거론하며 "이번 경선은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했다"며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 후보 측은 경찰과 선관위가 현장에 출동해 사실무근임을 이미 확인했는데도 근거 없는 비방을 하고 있으며 하루속히 경선결과를 발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민주당 자기들 일이지" 유권자 반응 냉담
민주당의 후보경선 갈등은 '공천이 사실상 당선'이라는 오만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민주당에 대한 지역 지지도가 80%를 상회할 정도로 높아 당내 경선 통과에 후보들이 올인한 탓이다.
이로 인해 '원팀 경선'이라는 구호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이며 타당 후보보다 더한 상대처럼 자기 당 후보들끼리 싸우는 모습을 지역민들에게 고스란히 보인다.
광주 상무지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주민 이모씨는 "뉴스에 보이는 모습들은 같은 당 사람들이라고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며 "공천만 받고 보자는 식으로 달려드니 주민들이 지켜보든 말든 같은 편끼리도 저리 싸우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민주당 후보 간 이 같은 갈등은 지역민들에게 '이번 선거는 민주당만의 잔치'라는 인식을 안겨주면서 정치 외면과 혐오까지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역대 최저 투표율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광주시 선관위 관계자는 "지방선거는 정치권 인사들만 관심이 많고 정작 유권자들로부터는 외면받을 수 있다"며 "선거가 아름다운 축제가 될 수 있도록 가장 먼저 정치인들이 앞장서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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