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외국인 관광객에 구걸·강매땐 60만원 벌금"

입력 2018-04-25 09:35
수정 2018-04-25 11:49
이집트 "외국인 관광객에 구걸·강매땐 60만원 벌금"

올여름 성수기 앞두고 관광산업 살리려 강력히 대처키로

"음식·가족부양 위해 고생하는 어려운 사람 겨냥할 것"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이집트가 유명 관광지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구걸, 호객 행위에 강력히 대응하기로 했다.

24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집트 의회는 구걸과 호객 행위로 관광객들을 귀찮게하다 적발된 이들에 최대 1만 이집트파운드(약 6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이는 올여름 관광철을 앞두고 이집트 카이로 외곽 기자주(州)의 대피라미드를 포함한 유명 관광지에서 구걸과 기념품 강매, 낙타·말 시승 강요와 같은 행위를 강력하게 단속하기 위한 조치다.

이집트 정부는 대내외적 여건이 취약하긴 하지만 외화소득 가치가 높은 관광 산업 보호가 절실한 상황이다. 관광 산업은 이집트 경제에서 약 12%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유명 관광지 곳곳에 포진한 호객꾼 등에 더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의원과 전직 정부 관리들은 "더 강한 처벌을 가하고 벌금도 최대 2만 이집트파운드(약 120만원)를 부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 이집트 고대유물부 장관인 자히 하와스는 현지 토크쇼에 출연해 "벌금 1만 이집트파운드로도 충분치 않다"며 "국가 수입에 해를 주는 만큼 그들에게 벌금과 함께 징역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관광지 주변 상인들의 반발이 거세고 이러한 처벌의 실효성에 의문도 제기된다.

기자 피라미드 옆에서 관광객들에게 낙타 시승 기회를 주고 돈을 받는 오스카 살레는 "어떠한 문제도 없다"며 "이집트 박물관이나 피라미드를 방문해도 당신을 귀찮게 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이집트 최대 관광명소 중 한 곳인 룩소르의 한 이집트인 가이드는 해당 법안이 "음식을 구하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고생하는 사람들을 겨냥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나는 그 법안이 이곳에서 어떠한 성과를 냈다는 얘기도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집트를 찾은 관광객 수는 2010년 1천470만명에 달했으나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정치적 혼란이 지속하고 2013년 군부 쿠데타까지 발생해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줄었다.

여기에 2015년 10월 이집트 시나이반도 남부 휴양지 샤름엘셰이크를 출발한 러시아 여객기가 폭탄 추정 공격으로 추락한 사건 이후 시나이반도를 오가는 러시아와 영국 항공편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

그러나 지난해 이집트를 방문한 관광객은 약 830만명에 달하며 1년 전과 비교해 50% 넘게 증가하는 등 관광 산업 회복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와 이집트 간 직항 노선도 이달 초 재개됐다.

현재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지원을 받는 이집트는 어느 때보다 주요 외화 수입원인 관광 산업의 부활이 절실하다.

이집트 정부는 치안 안정 등으로 올해 관광 산업이 더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집트는 피라미드, 스핑크스를 비롯한 고대 건축물과 홍해, 지중해 해변 등 관광자원이 풍부한 데다 이집트파운드화의 평가절하로 외국인 관광객의 호주머니 부담이 줄어든 상태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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