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사건' 경남지사 선거 판세 흔들리나
지지율 앞선 김경수 "50대 50 싸움" VS 김태호 "반전 계기"…김유근 '변수'
(창원=연합뉴스) 황봉규 기자 = 6·13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 중 하나로 꼽히는 경남지사 선거 판세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김경수 국회의원을 차출했지만 김 의원이 '드루킹 사건'에 휘말리면서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앞서가던 그의 입지가 흔들리는 모양새다.
반면 출마 후보를 내기조차 버거웠던 자유한국당은 경남지사를 두 번이나 지낸 김태호 전 지사를 전략적으로 공천해 '올드보이'라는 지적을 받았으나 드루킹 사건이 터지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에서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후보지지도에 변화 기류가 보인다.
드루킹 사건이 알려지기 이전인 지난 13일과 14일 부산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부울경 지역 19세 이상 유권자 2천448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김 의원 지지율이 43.2%로 김 전 지사 34.1%를 앞섰다.
같은 시기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부산과 경남 등 전국 6개 광역시·도에 사는 19세 이상 4천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김 의원이 38.8%로 김 전 지사 26.8%를 앞질렀다.
하지만 드루킹 사건이 알려지고 나서는 양상이 달라졌다.
JTBC가 지난 22일부터 이틀간 한국갤럽연구소에 의뢰해 경남도민 8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김 의원이 40.4%, 김 전 지사가 33.6%로 나왔다.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6.8%p로 오차범위 내로 나타났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드루킹 사건 이전에는 두 후보 간 10%p 안팎의 격차를 보이던 지지율이 상당히 좁혀졌다.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를 고려하면 김 의원이 드루킹 사건으로 어느 정도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선거일까지 50일 정도 남은 상태여서 여전히 변수는 많다.
의원직 사퇴 및 예비후보 등록도 하지 않은 김 의원이 드루킹 사건 정면돌파 의지를 피력하고 본격적으로 선거전에 나서면 양상은 달라질 수 있다.
김 의원은 드루킹 사건 이후에 자신의 지역구인 김해 등지를 찾아 "이번 경남지사 선거는 50대 50 싸움이 될 것 같다"며 "선거 막판까지 최선을 다하고 도민 마음을 얻는 사람이 51대 49로 승패가 갈라질 것"이라는 말로 치열한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9일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선거 캠프를 가동한 김 전 지사도 경제계와 소상공인 등을 집중 방문하며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특히 김 전 지사는 당명과 로고가 없는 빨간색 점퍼만 입은 채 '나 홀로 선거운동' 방식으로 유권자들을 찾아 중앙정치와 거리를 두는 전략으로 나서 눈길을 끈다.
그는 지난 9일 출마 선언에서 "지방선거에는 중앙논리는 배제되는 게 맞다"며 "경남도정을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 평가하는 선거이지, 중앙논리가 선거에 개입하는 중앙 지원이나 메시지는 옳은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선거과정에서 중앙당 지원은 고려하지 않을 것을 시사한 바 있다.
민주당과 한국당 경남도당도 드루킹 사건을 의식해 경남지사 선거전에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다.
정경원 민주당 도당 사무처장은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지 않지만 드루킹 사건 이후 약간의 변화가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김 의원이 거리낄 것이 없다고 했고 일부 일탈세력에 의해 피해를 본 측면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선거 판세는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며 "경남이 미래로 가기 위한 그런 선거를 치르겠다는 입장에서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후보는 물론 낙천한 후보들까지 '원팀'으로 묶는 통합의 분위기를 만들어 선거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허성철 한국당 경남도당 사무처장도 "여전히 한국당은 어려운 상황이다"며 "드루킹 사건 등 몇 가지 사건이 일어났다고 해서 상황이 반전됐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아직 녹록하지 않은 국면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불과 몇 달 전까지 적폐세력으로 몰렸던 한국당이 드루킹 사건이 반전의 계기는 될 것이라는 기대는 있지만, 계속 유리하게 흘러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경남지사 선거는 후보 중심으로 최선을 다하면서 기초단체장 등 다른 후보들과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방향으로 전략을 고심 중이다"고 전했다.
두 후보가 성이 김 씨여서 '김의 전쟁'으로도 불리는 이번 경남지사 선거에는 또 다른 김 씨가 변수가 될지도 주목된다.
바른미래당이 지난 23일 공천한 김유근 KB코스메틱 대표가 김경수, 김태호 1대 1 대결구도를 흔들어 '3김 전쟁'으로 선거판을 만들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바른미래당은 의령에서 태어나 진주고, 경상대를 졸업한 뒤 화장품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김 대표가 중도개혁 실용노선을 지향하는 합리적 보수정당 이미지에 맞는 후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기업 경영 경험이 없는 후보들과 비교하면 경제문제를 해결하는데 일을 더 잘할 수 있다고 본다"며 벤처기업가다운 도전정신으로 경남 경제를 살리는 데 모든 것을 걸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김태영 바른미래당 경남도당 사무처장은 "김유근 후보는 두 거물 사이에 낀 비정치인 출신의 신인이지만 당과 합심해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며 "두 거물 후보에 대한 실제 민심은 여론조사와 달리 좋지 않은 것으로 듣고 있으므로 식상한 정치인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면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에 맞서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자신의 신임을 걸겠다고 밝혀 문재인-홍준표의 대리전으로도 불리는 경남지사 선거에 40대 벤처기업가까지 가세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유권자들의 선택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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