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 "국민요구 수렴해 개헌 동력 다시 살려야"

입력 2018-04-24 17:36
시민단체들 "국민요구 수렴해 개헌 동력 다시 살려야"

진보 "1차 책임은 자유한국당"…보수 "일방적 정부 개헌안 탓"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김지헌 기자 = 24일 '6월 개헌'이 무산되자 시민단체들은 31년 만에 국가 시스템을 재정비할 기회를 잡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무산 원인에 대해서는 성향에 따라 서로 다른 분석을 내놨다.

진보 성향 단체들은 야당이 일부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매력적인 개헌안'을 정부가 내놓지 못한 탓도 있지만, 일차적으로는 6월 개헌 국민투표에 반대한 자유한국당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130여개 시민단체들의 연대체인 '국민주도 헌법개정 전국네트워크(국민개헌넷)'는 이날 성명을 내고 "대통령은 개헌안을 발의해 개헌 논의를 촉구했지만, 국회는 논의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대통령 발의 개헌안 국민투표마저 봉쇄해 버렸다"고 말했다.

개헌넷은 특히 "개헌 무산의 책임은 국회, 특히 공약을 뒤집고 6월 국민투표에 반대한 한국당의 잘못이 크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이어 "30년 동안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정치제도 속에서 버텨온 시민들은 낙후한 정치를 바꾸고 시대에 맞지 않는 헌법을 개선해 우리 삶이 직면한 문제를 실질적으로 개선할 정치다운 정치, 나라다운 나라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면서 "우리의 절박한 요구와 권리를 외면한 국회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삼수 정치사법팀장은 "자유한국당 책임이 적지 않다"면서도 "야당이 정치 쟁점화하는 사안에 대해 정부·여당이 정치공세로만 치부하면서 미온적으로 대응한 탓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개헌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높았고 당연히 될 거라 믿었던 상황인데 정치권이 국민과 한 약속을 파기했다"면서 "또 한 번 정치권 불신을 초래한 것에 대해 지방선거에서 준엄한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정부와 여당이 여야 합의를 이루려고 노력하지 않은 것이 무산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바른사회 이옥남 정치실장은 "정부의 개헌 방법론에 문제가 있었다"면서 "여권은 지방선거를 의식해 개헌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고만 했을 뿐 여야 합의를 도출하려는 노력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정부 개헌안 내용을 살펴봐도 자유민주주의와 거리가 먼 내용이 포함돼 한국당뿐 아니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까지 지적한 바 있는데 정부는 국민 논의를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한쪽 의견만 반영된 개헌안을 고집했다"면서 "일방적인 개헌안을 내놓고 '따라오라'는 식으로 진행해 불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개헌할 필요성이 여전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성향과 관계없이 동의하면서 정치권이 개헌 동력을 다시 살려내기를 기대했다.

개헌넷은 "정치권은 의원직을 걸고 6월 이후 개헌 시기·논의 절차·국민투표 일정을 포함하는 '개헌 로드맵'을 제시하고, 여야 합의로 결의안을 내야 한다"면서 "최소한의 약속과 행동도 없이 정치적 이해득실만 따지는 정치인은 역사의 심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개헌 동력을 다시 살려내야 한다"면서 "국민 요구를 수렴하는 숙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실장은 "앞으로의 논의는 정략적인 부분에 의해 흔들려서는 안 된다"면서 "정치권이 현실적인 진단을 하고, 여론을 제대로 수렴해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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