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주, 실적발표 개시…'옥석 가려지나'
주가-실적 괴리는 불안 요인…남북경협주와 '시소게임'도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를 시작으로 바이오기업이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 나서면서 증시에서 옥석이 갈려질지 주목된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시작으로 26∼27일께 한미약품[128940], 27일 유한양행[000100], 녹십자[006280], 종근당[185750] 등 바이오·제약주가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음 달 9일 셀트리온[068270]과 동아에스티[170900]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고 14일 메디톡스[086900], 15일 휴온스[243070]에 이어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는 5월 중하순께 발표가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이후 바이오주는 신약 개발 기대감 등으로 주가가 고공행진을 벌여오다가 최근 실적 우려와 회계감리 이슈 등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주가가 지난해 말 37만1천원에서 이달 11일 58만4천원까지 57.4% 올랐다가 최근 50만원선을 조금 밑돌고 있다.
지난해 말 22만1천원이던 셀트리온 주가는 지난달 5일 37만3천500원으로 69.0% 급등했다가 이제 25만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바이오주 거품 붕괴에 대한 경고가 있던 차에 남북경협주가 인기를 끌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대거 이동한 것도 바이오주 약세 요인이 됐다. 최근에는 바이오주와 남북경협주가 상승, 하락이 엇갈리는 '시소게임'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고 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바이오주는 그간 누적된 주가, 수급, 가치평가 측면의 피로가 남북경협주라는 새로운 알파 플레이 원천을 찾은 시장 투자가의 변심과 한데 맞물리며 가파른 주가 하락으로 표출되고 있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바이오주 랠리의 분수령이던 지난해 하반기 수준까지 시장 내 프리미엄 가치평가(밸류에이션) 회수 시도가 전개될 경우 바이오업종은 15% 수준의 하락 위험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바이오 기업들의 1분기 실적 발표가 옥석을 가리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말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감리도 예정된 만큼 바이오기업 중 연구개발비를 대부분 비용으로 처리하는 기업이 유리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미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약품, 유한양행, 녹십자, 동아에스티 등 상위 제약사들의 실적은 시장 전망치 수준에 부합하거나 소폭 밑돌 것으로 예상되고 메디톡스는 시장 전망치 이상의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는 이제 단순히 과거와 현재 실적보다 미래에 대한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제조업 기반 시대에는 가치평가가 낮을 때 주식을 사서 높을 때 파는 전략이 유효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가수익비율(PER)로는 주가를 설명하기 어려운 업체들이 속속 늘고 있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술발전, 수출증가 등에 따라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글로벌시장 입지와 위상이 높아져 과거에 이뤄놓은 업적이 없어도 미래 가능성을 인정해주기 시작했다"며 "이제 가치평가가 과거의 업적에 대한 보상이 아닌 미래의 성장성 지표로 작동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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