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과학자들, AI 연구 낙오 경고…공동연구소 설립 촉구

입력 2018-04-24 09:55
유럽 과학자들, AI 연구 낙오 경고…공동연구소 설립 촉구

주요국 연구자들 공개서한…"인재 유출 막고 미·중과 경쟁해야"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미국과 중국이 선도하고 있는 글로벌 인공지능(AI) 경쟁에 유럽도 서로 힘을 모아 본격적인 대응에 나설 조짐이다.

지금처럼 손을 놓고 있다거나 개별 국가별로 대응하다가는 향후 사람들의 삶을 뒤바꿔놓을 AI 연구나 관련 규제에 힘을 쓰지 못하리라는 불안감이 반영됐다.



유럽의 AI 관련 주요 과학자들이 인재 양성과 함께 인재 유출 방지를 위해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이 참여하는 연구소 설립을 촉구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4일 보도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스위스, 이스라엘, 네덜란드의 과학자들은 공개서한을 통해 각국 정부에 바로 행동에 나서 올해 연구소 설립작업에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미국과 중국에는 유력한 AI 회사들과 대학들이 이미 자리 잡고 있으나 유럽은 이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유럽 내 소수의 연구시설 내 핵심 인력은 지속해서 미국 기업들의 스카우트 대상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박사학위 소지자들이 미국 IT 기업들로부터 거액의 보수를 받고 떠나가면서, 일부 대학은 재능 있는 젊은 연구자 세대를 잃고 있는 실정이라는 게 가디언의 설명이다.

이 연구소는 스위스에 있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와 비슷한 이유로 설립이 모색되는 셈이다. CERN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유럽의 물리학을 재건하고 인재들의 미국행을 막기 위해 설립된 바 있다.

과학자들이 내놓은 계획에 따르면 이 연구소는 유럽 내 최고의 AI 연구와 함께 일자리 및 성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며, AI가 이끌 미래의 세상에 관해 과학자들에게 목소리를 내도록 할 방침이다.

ELLIS(European Lab for Learning and Intelligent Systems)란 이름이 붙여진 이 연구소는 또 영국을 포함한 몇몇 국가에 연구 센터들을 두게 되며, 각 연구소는 컴퓨터 공학자와 수학자를 포함한 수백 명의 연구진을 보유하는 형식이다.

연구원들은 자유롭게 기업과 함께 일할 수 있고, 자신들이 만든 기술을 바탕으로 회사도 설립할 수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정보공학 교수인 주빈 가흐라마니는 가디언에 "무언가를 해야 할 필요가 있고, 그것을 지금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엄청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흐라마니 교수는 수년 전 미국의 한 심리학자와 함께 AI 스타트업 지오메트릭 인텔리전스(Geometric Intelligence)를 설립한 뒤 우버에 매각했고, 현재는 우버의 책임연구원이라는 직책도 갖고 있다.

유럽이 연구에 뒤처질 경우 향후 AI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나타날 규제를 만드는 데도 발언권이 취약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게 이들 과학자의 우려다.

독일 막스플랑크 지능시스템 연구소의 버나드 숄코프 소장은 "유럽은 독특한 연구 전통을 갖고 있고, 그럭저럭 잘 대처해 왔다"면서도 AI와 관련해서는 "미국과 중국은 이 분야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유럽의 어느 나라도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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