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세관, 한진家 '쌍끌이' 압박…"수사자료 공유할수도"
조현민 경찰 소환 임박…포렌식 진척도 따라 소환시기 저울질
회유·말맞추기 여부도 주목…경찰·세관 포토라인에 잇달아 설 수도
(세종=연합뉴스) 김기훈 민경락 기자 = 경찰과 세관 당국이 한진[002320] 총수일가와 대한항공[003490]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물에 대해 분석·복구 작업을 본격화하면서 수사 확대 가능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서로 혐의는 다르지만 양 기관이 이례적으로 동시에 한진그룹을 겨냥하면서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에서 촉발된 수사망이 점점 더 촘촘해지는 양상이다.
24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경찰과 세관 당국은 최근 한진 총수일가와 대한항공 사무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휴대전화, 태블릿PC, 외장하드 등에 대해 디지털 포렌식 조사를 벌이고 있다.
디지털 포렌식이란 휴대전화나 컴퓨터 등 디지털 저장 매체에 남은 정보를 분석하거나 삭제된 내역을 복구해 범죄 단서를 찾는 수사기법이다.
경찰이 조 전무의 이른바 '물벼락 갑질' 조사를 위해 확보한 증거 자료는 회의에 참석한 광고대행사 직원의 녹음 파일, 조 전무와 임원들의 휴대전화 등이다.
녹음 파일에는 "이 사람들 얼굴을 다시는 보기 싫다", "대행사 이름도 꺼내지 마라"는 등 폭언과 유리컵이 떨어져 뒹구는 소리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압수물의 디지털 포렌식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경찰은 조 전무의 폭행·특수폭행 등 구체적인 혐의 확인을 위해 그가 실제로 유리잔을 던졌는지 등 구체적인 정황을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분석 과정에서 증거 인멸을 위한 말맞추기나 회유·협박 등 새로운 정황이 나오면 수사 범위가 확대될 수도 있다.
경찰은 이 같은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압수물 분석·복구 내용을 꼼꼼히 살필 계획이다.
관세청은 경찰과 별도로 조현아·원태·현민 등 한진그룹 3남매와 대한항공 사무실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컴퓨터·태블릿PC·외장하드 등에 대해 포렌식 분석을 진행 중이다.
관세청이 주력하는 것은 한진 총수 일가와 대한항공의 상습·조직적인 밀수·탈세 혐의다.
경찰과 세관 당국의 수사 방향은 다르지만 양 기관은 각자의 압수물 분석 내용 중 서로 참고할 사안에 대해서는 기관 이첩 등을 통해 수사 내용을 공유할 수 있다.
조 전무의 '물벼락 갑질'과 한진그룹 총수일가·대한항공에 대한 밀수·탈세 혐의 조사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수사망도 더 촘촘해지는 시너지를 내는 셈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탈세·밀수 혐의가 나오면 경찰이 우리 청에 관련 내용을 이첩을 해 줄 수 있고 우리 청이 이첩을 요청할 수도 있다. 검찰 지휘 과정에서도 수사 내용이 서로 공유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과 세관 당국의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조 전무 등 총수일가의 소환 일정도 관심을 끌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물 포렌식 분석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압수물 분석 결과에 따라 조 전무의 소환 일정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조만간 조 전무를 소환해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에 대해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
관세청은 해외 신용카드 사용 내역과 통관 누락분, 압수물 등 대조 작업을 끝낸 뒤 의혹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는 경우에 한해 총수일가를 소환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통관 신고 누락분 등 의심 자료가 방대한 만큼 총수일가의 소환 조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조사 과정에서 밀수 혐의가 짙은 정황이 새롭게 발견되면 세관 당국이 소환 조사를 서두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경찰과 세관에서 동시에 강도 높은 조사가 진행되면서 한진그룹 전체에 대한 수사망이 촘촘해지고 수위도 높아지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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