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화학무기 생존자들, 시신 매장해 증거 보존

입력 2018-04-23 15:56
시리아 화학무기 생존자들, 시신 매장해 증거 보존

조사단에 위치 정보 제공…현장 지연 도착, 진상 파악 어려울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화학무기로 의심되는 시리아 정부군의 공격을 받았으나 생존한 현지 주민들이 증거 보존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생존 주민들은 정부군이 화학무기 공격에 대한 은폐를 시도할 것에 대비, 특정한 장소에 시신 일부를 매장하는 식으로 증거를 보존했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23일 보도했다.



이 보도는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조사단이 공격 발생 2주가 흐른 지난 21일(현지시간)에야 수도 다마스쿠스 동쪽 두마 구역에서 분석 시료(샘플)를 채취했다고 밝힌 뒤 나왔다.

시리아에서 활약하는 민간 구조대 '하얀헬멧' 대변인인 라에드 살레는 "우리는 OPCW 전문가들에게 무덤의 좌표를 제공했다"며 이 정보가 신경가스 사용 증거의 중요한 일부가 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살레 대변인은 이어 당시 강한 포격 때문에 시신들이 제대로 매장되지 않은 상태라며 "하지만 사람들은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었다"라고 전했다.

화학무기 전문가들은 지난 14일 다마스쿠스에 도착하고도 현장 접근이 일주일이나 늦어진 것이 조사단의 활동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인 하미시 드 브레턴 고든은 "염소는 매우 쉽게 증발한다. 기온이 높다면 하루 정도를 넘겨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사린(Sarin)의 경우 혈액이나 머리카락, 소변 같은 생체의학 시료에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든은 이어 "시신들로부터 그것을 채취할 수 있으면 신경가스가 사용됐는지 입증할 수 있으며, 이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시리아 정부와 동맹국인 러시아가 화학무기 공격 주장을 "조작된 것"이라며 부인하는 가운데 OPCW 조사단은 신변 안전 때문에 러시아군이 통제하고 있던 화학무기 피해 의심 지역을 방문할 수 없었다.

시리아 정부군의 공격 직후 러시아가 중재에 나섰고 지난주에는 반군들과 가족, 하얀헬멧 회원들, 의료 봉사자, 민간인 수천 명이 현장을 빠져나왔다.

미국의 예비조사 결과는 염소가스와 신경가스 모두 사용된 것으로 결론 내려졌다. 당시 영상에는 많은 시신이 보였고, 일부는 입에 거품을 문 채였다.

또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현장에서 나온 변형된 가스통은 이전에 시리아 정부가 벌인 염소가스 공격 때 나온 것들과 닮았다고 설명했다.

시리아 두마 구역에서는 지난 7일 시리아 정부군의 소행으로 보이는 화학무기 공격으로 40명 이상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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