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영유권 주장' 남중국해 경계선 명확하게 긋는다

입력 2018-04-23 12:22
중국, '영유권 주장' 남중국해 경계선 명확하게 긋는다

전문가들 "2016년 중국 영유권 무효 판결 뒤집으려는 속셈"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영유권 분쟁 해역인 남중국해의 경계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프로젝트를 중국 정부가 진행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3일 보도했다.

중국 남부와 베트남, 타이완, 필리핀,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등으로 둘러싸인 남중국해는 어업권과 자원 영유권 등을 놓고 인접국 간 분쟁이 끊이지 않는 해역이다.

중국은 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자의적으로 획정한 9개의 해상경계선인 '남해 9단선'(nine dash line)을 남중국해의 경계로 제시해 왔다.

중국은 국민당 정부 시절인 1947년 발간한 지도에 11단선을 획정했다가, 신중국 건립 후인 1953년 베트남과의 관계를 고려해 중국 하이난(海南) 섬과 베트남 사이의 2개 선을 삭제했다. 2013년에는 대만과의 사이에 선을 그어 현재는 10개이다.

하지만 사이사이 끊긴 이 해상경계선은 애매하고 불명확하다는 비판을 받았고, 이는 2016년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내리는 데 한 근거가 됐다.

이에 중국 정부가 남중국해와 베트남, 타이완, 필리핀,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사이를 모두 연속선으로 잇는 새로운 남중국해 경계선을 제시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이 연속선 내에는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南沙>군도), 파라셀 군도(시사<西沙>군도), 스카버러 암초(황옌다오<黃巖島>, 제임스 암초(쩡무(曾母)암사) 등 분쟁 대상인 섬과 암초가 모두 포함된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 과학자는 "학술적인 목적도 있지만, 이 프로젝트에 정치적 동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경계선 내에서 중국은 어업, 자원 개발, 군사시설 건설 등 모든 영유권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나라들도 이 경계선 내에서 항해의 자유를 누릴 것이라고 이 과학자는 밝혔지만,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보다 구체화할 경계선 획정 프로젝트는 인접국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의 해양 전문가인 이안 J. 스토리 박사는 "중국이 기존의 남해 9단선을 연속선으로 대체해 영유권을 주장한다면, 이는 2016년 국제상설중재재판소 판결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으로서 동남아 국가들의 깊은 우려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러한 반발을 우려해 중국 정부가 프로젝트 결과를 남중국해의 경계선으로 채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학자는 "내가 알기로는 중국 정부가 현재의 남해 9단선을 바꾸려는 계획이 없으며, 대부분의 관료나 전문가들도 연속선 획정에 반대할 것"이라며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 필리핀, 베트남 등의 갈등이 완화하는 시점에서 굳이 경계선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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