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들이 美관세폭탄을 피하는 방법…"환적으로 원산지 위장"

입력 2018-04-23 11:38
中기업들이 美관세폭탄을 피하는 방법…"환적으로 원산지 위장"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제품에 'Made in China'(중국산)이라고 표기하지 마라. 수출화물을 말레이시아 같은 곳에서 다른 배로 옮겨 싣고 미국으로 보내면 된다."

미국과 중국의 통상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관세 폭탄'을 피하는 방법으로 환적 수출이 주목받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환적은 화물을 목적지로 보내는 중간에 제3국에서 선박 등 다른 운송수단에 옮겨 싣는 것으로 대부분 합법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원산지를 속일 때 문제가 발생한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불거진 이후 중국의 화물운송 브로커들이 환적 수출을 통한 불법적인 관세 회피를 부추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항저우(杭州)에 있는 세틀물류회사는 중국에서 미국으로 컨테이너 화물을 보낼 때 4천600마일(7천403㎞) 우회해 말레이시아에서 환적, 중국산이 아닌 말레이시아산 제품으로 보이게 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또 다른 중국 화물운송업체인 CT-찬의 웹사이트에는 "환적은 높은 관세와 수입 제한을 피할 유일한 방법"이라며 광고하며 "제품에 중국산이란 로고를 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민족주의에 호소하며 이런 수출 방식을 옹호하는 곳도 있다.

중국 선전(深천<土+川>)에 있는 톱&프로피트 국제운송업체는 웹사이트를 통해 "중국 제품이 국제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게 국제 교역의 장벽과 반덤핑을 깨뜨리는 것"이라고 광고한다.



환적은 그 비용이 싸지는 않지만 미국에 비싼 관세를 내는 것보다 낫다는 점 때문에 더 매력적인 '관세 우회로'로 떠올랐다고 NYT는 전했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보내는 4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를 말레이시아에서 환적하면 2천달러(214만 원)) 이상이 더 든다고 중개업자들은 말한다.

게다가 상품 재포장에 최소 950달러(101만 원)와 새로운 원산지 증명서 작성에 500달러(53만 원) 등 추가 비용이 든다.

중개업자들은 최근 몇 주일 사이에 미국과 중국의 교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환적 비용 문의 전화가 10배나 늘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중국산 철강이 미국으로 환적 수출되고 있다며 우회 수출 통로로 이용되는 국가로 한국이나 캐나다 등을 지목하고 이들 국가에 고율의 철강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산 철강의 환적 문제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 한국은 이후 관세 면제를 받았지만, 캐나다는 환적에 대한 규제를 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불법 환적이 교묘하게 이뤄지고 있어 적발과 입증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패트릭 콘웨이 미 노스캐롤라이나대 경제학부장은 "두더지 잡기 게임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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