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부역 낙인' 딛고 파라과이 대권 쥔 베니테스…"인권 존중"

입력 2018-04-23 11:21
'독재부역 낙인' 딛고 파라과이 대권 쥔 베니테스…"인권 존중"

아버지, 독재자 비서실장 지내…미국서 마케팅 전공 친시장주의자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22일(현지시간) 치러진 남미 파라과이 대선에서 이긴 마리오 압도 베니테스(46) 당선인은 70년 가까이 집권하며 파라과이의 현대사를 관통한 우파 보수층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베니테스 가문은 1954년부터 1989년까지 파라과이를 통치했던 군부 독재자 고 알프레도 스트로에스네르와 깊은 인연이 있다.

그는 "스트로에스네르가 아순시온에 있는 군사대학에서 공부하던 시절 종종 할머니 집에 머물렀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할머니와 스트로에스네르 어머니가 먼 친척 관계였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

이런 인연으로 베니테스 아버지는 스트로에스네르의 개인 비서실장을 지내면서 권력을 휘둘렀지만, 부패 혐의가 인정돼 복역한 뒤 사망했다.

2003년 설립된 진실과 정의 위원회는 스트로에스네르 독재 시절 최대 3천 명이 살해당하거나 실종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베니테스 가문과 친미 반공을 내세웠던 독재자와의 인연은 이번 대선에서 당락을 가르는 변수가 되지 못했다.

독재의 잔악함과 아픔을 기억하지 못하는 40대 이하 유권 층이 많았던 탓이었다.

베니테스는 선거 전에 "스트로에스네르 독재 체제가 끝나던 당시 16살이었다"며 "당선되면 인권과 민주제도를 존중하겠다"고 맹세하며 독재 부역자 낙인을 떨쳐버리는 데 주력했다.

그는 작년 12월 당내 경선을 통해 대선 후보로 선출됐던 날 아버지의 묘지를 참배한 데 이어 대선일에도 묘지를 찾았다.

1992년 정계에 입문한 그는 2013년 상원의원에 당선된 후 2015년 상원의장을 거쳤다.

낙태와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보수성향의 가톨릭 신자로, 재혼 경력이 있는 그는 현지에서 '마리토'나 아버지의 이름을 따 '작은 마리오'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미국에서 마케팅을 전공한 만큼 외자 유치와 농업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 현재의 낮은 세율 정책을 지지하는 등 시장개방 확대를 표방한 친시장주의자이기도 하다.

그는 대선 기간에 야권 연합 후보인 에프라인 알레그레 후보와 일부 경제전문가들이 주력 수출품목인 콩 등 농축산물에 대한 세금 추가 징수 요구에 반대했다.

그는 "세금을 인상하면 경쟁력을 상실하고 외자 유치 매력을 잃을 것"이라면서 "국가의 주요 농업 생산품목의 세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부패척결을 위한 사법부 개혁 및 개헌, 무상교육 확대 및 국가 장학제도 활성화, 지역 보건소 역량 강화, 거시경제 안정 및 인프라 확대, 소농 지원 확대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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