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축소 항의시위 페이스북 생중계 니카라과 언론인 숨져

입력 2018-04-23 02:51
연금축소 항의시위 페이스북 생중계 니카라과 언론인 숨져

현지 인권단체 "최소 25명 사망"…교황, 폭력 중단 호소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중미 니카라과에서 연금개혁 반대 시위 피해 현장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하던 언론인이 총격을 받고 숨졌다고 텔레니카 방송 등 현지언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앙헬 에두아르도 가오나는 전날 카리브 해 해안 도시인 블루필즈에서 시위 도중 파손된 은행 현금인출기 현장을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하다가 머리에 총격을 받았다.

총격을 당한 가오나가 바닥으로 쓰러져 피를 흘리고 주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는 장면이 중계되기도 했다.

사법당국은 국영 방송에 고용된 가오나가 범죄 성향을 보이는 권리단체 소행으로 숨졌다고 주장했으나, 동료들은 가오나가 프리랜서 언론인으로 활동했다고 전했다.

니카라과 정부는 지난 18일 부실화한 연금 재정을 건전화하기 위해 기업주와 근로자가 내는 연금기여금을 최대 22.5% 늘리는 반면 전체적인 혜택을 5%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연금개혁안을 확정했다.

이 계획이 발표되자 근로자, 학생 등 연금 예비 수령자들이 일제히 수도 마나과를 비롯해 전국의 거리로 몰려나와 항의시위를 벌였다.



다음날에는 정부 건물이 파손되거나 방화로 손해를 입자 군인과 경찰이 배치됐고, 개혁안에 찬성하는 정부 지지자까지 나오면서 양측이 충돌하는 폭력사태가 빚어졌다.

한 인권단체가 유혈 충돌로 현재까지 최소 25명이 사망했다고 추산하는 등 사상자가 100명을 웃돌자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은 연금개혁안 갈등을 풀기 위한 대화를 제안하며 재검토를 약속했다.

이번 항의시위는 2007년 오르테가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직면한 최대의 정치적 반대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책임 의식 아래 이견을 평화적으로 풀어야 한다"면서 양측에 폭력 사용 중단을 호소했다.

그러나 시위대는 폭력적인 경찰 진압을 먼저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화 제의를 거부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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