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컵, 탐폰처럼 독성쇼크증후군 유발할 수 있어"

입력 2018-04-23 06:31
"생리컵, 탐폰처럼 독성쇼크증후군 유발할 수 있어"

프랑스 클로드 버나드대 연구 결과…'응용 및 환경 미생물학' 저널에 실려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지난해부터 국내 판매가 허가된 '생리컵'이 탐폰처럼 독성쇼크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미생물학회에서 발간하는 저널인 '응용 및 환경 미생물학'(http://aem.asm.org/)은 최근 프랑스 클로드 버나드대 연구팀이 진행한 독성쇼크증후군의 원인에 대한 연구를 실었다.

독성쇼크증후군은 대부분 월경 중 탐폰을 사용했을 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한 고열과 구토, 복통, 설사 및 홍반성 발진을 유발하는 것이 특징이고, 증세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혈압이 떨어져 쇼크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이번 연구는 독성쇼크증후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알려진 포도상구균의 확산에 탐폰과 생리컵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연구진은 15종류의 탐폰(11종류)과 생리컵(4종류)에 포도상구균을 배양했고, 그 결과 탐폰과 생리컵 모두가 포도상구균이 더 잘 확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것을 발견했다.

탐폰과 생리컵은 질 내 산소 공급을 원활히 해 포도상구균이 독성을 일으킬 정도로 증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특히 생리컵은 형태와 용량 때문에 더 많은 산소를 담을 수 있고, 포도상구균이 컵 안에 쌓이면 살균이 더 어려워진다.

연구 저자인 제럴드 리나 클로드버나드대 미생물학과 교수는 "생리컵 때문에 독성쇼크증후군이 올 수 있고, 지난 3년간 프랑스에서 두건의 발생 사례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탐폰들 또한 모두 포도상구균의 확산을 촉진했다.

다만 과거 연구들과는 달리 순면으로 된 탐폰이 오히려 일반 면과 레이온 또는 비스코스의 혼방으로 된 탐폰이나 면이 아예 쓰이지 않은 탐폰보다 더 많은 독성을 야기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리나 교수는 "순면 탐폰의 구조는 다른 종류보다 안정성이 덜했다. 이 때문에 산소가 더 많이 유입돼 포도상구균의 확산을 원활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다행인 것은 독성쇼크증후군이 그렇게 흔한 질병이 아니라는 것이다.

1978년 처음 발견된 독성쇼크증후군은 1980년에는 812건의 발병 사례가 보고됐으나, 탐폰 제작 기술의 발전 등 덕분에 2016년에는 40건만이 보고됐다.

포도상구균은 건강한 사람의 몸에서 흔히 발견되지만, 대부분 아무런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포도상구균이 충분히 증가하면 독성을 발휘하는데, 이 경우에도 80%의 여성은 이 독성에 대한 내성을 지니고 있다.

내성이 없는 20%의 여성들만이 독성쇼크증후군을 겪을 수 있다.

한편 미국 소비자 전문매체인 컨슈머리포트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흡수력이 낮은 탐폰을 사용하고, 4∼8시간마다 한 번씩 갈아주는 것이 좋다"며 "생리 중 피임용 격막(다이아프람)을 사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생리컵은 사용 전 손을 씻고 한 번에 6시간 정도만 사용해야 하며, 사용 후에는 5∼10분가량 끓는 물에서 살균해야 한다"며 "탐폰이나 생리컵을 사용하는 중 갑작스러운 고열, 어지럼증, 구토와 발진 등 독성쇼크증후군 증상이 나타난다면 빨리 제거하고 병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kamj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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