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에 사람있어요" 긴박했던 드라이비트 시공 원룸 덮친 화마

입력 2018-04-22 13:46
수정 2018-04-22 19:01
"건물에 사람있어요" 긴박했던 드라이비트 시공 원룸 덮친 화마

"필로티 주차장·드라이비트 외벽 구조가 피해 키워"…17명 부상

(오산=연합뉴스) 최해민 강영훈 기자 = 22일 오전 10시께 경기도 오산시 갈곶동의 한 6층짜리 원룸.

일요일 오전 조용하기만 하던 동네에 "불이야"라는 외침이 들려왔다.



원룸 건물 1층 필로티 주차장에 쌓여있던 쓰레기 더미에 붙은 불이 삽시간에 건물 외벽으로 번졌고, 드라이비트로 시공된 외벽은 시꺼먼 연기와 유독가스를 내뿜으며 타들어 갔다.

검은 연기가 건물 전체를 뒤덮더니 곧이어 시뻘건 불이 건물 외벽을 타고 피어올랐고, 주차된 차량이 불에 타면서 '펑'하는 폭발음도 연이어 들려왔다.



인근 원룸 건물 주인은 "청소를 하러 건물 밖으로 나왔다가 불이 난 것을 보고 바로 119에 신고했다"라며 "쓰레기에서 불이 시작되는가 싶더니 불과 10분도 안 돼 건물 외벽으로 불이 번졌다"라고 전했다.

주민 김모(40)씨는 "쓰레기에 붙은 불이 바로 버려진 침대 매트리스로 옮겨붙었고 주차된 차에도 불이 붙었다"라며 "갑자기 '펑'하는 소리와 함께 차량이 폭발하는가 싶더니 이곳저곳에서 '살려달라'고 외치는 소리도 들렸다"라고 말했다.

소방관들이 속속 도착해 건물 내부에 있던 주민들을 구조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얼굴에 검은 그을음이 묻어 얼굴을 구별하기 힘들 정도였다.

몇몇은 호흡곤란을 호소하기도 하고, 일부는 불에 화상을 입기도 했으나 다행히 의식을 잃거나 부상 정도가 심각한 주민은 없었다.

해당 원룸 건물 내부에는 화재경보기가 있었으나 수동으로 조작하는 장치였다.

현장 소방관들은 도착 때까지 경보가 울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주민 김모(47)씨는 "곳곳에서 '펑펑펑' 터지는 소리가 나고, 사람들은 건물 안에서 살려달라고 외치는 등 아수라장이었다"라며 "다행히 소방관들과 함께 현장에 온 한전 관계자들이 사다리차를 이용해 사람들을 구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불은 원룸 건물과 인접한 마트 등을 태우고 1시간여 만에 꺼졌다.

이 불로 주민 17명이 화상과 연기흡입 등으로 병원에 옮겨졌다.

필로티 주차장 구조에 외벽은 드라이비트로 시공된 탓에 인명피해가 컸다는 게 소방관들의 말이다.

소방관 1명도 구조과정에서 부상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오산소방서 구조대 소속 안종균(40) 소방장은 주민 1명을 등에 업고 건물을 나오다가 패닉상태에 빠진 주민이 몸부림치는 바람에 어깨가 빠졌다.

고통스러운 상태에서도 안 소방장은 다시 건물로 들어가 남아 있던 주민들을 모두 구조한 뒤 더는 남아 있는 주민이 없다는 걸 확인한 후에야 병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이 화재 신고 직후 대응 2단계를 신속히 발령, 소방장비와 인력을 대거 투입한 덕분에 다행히 사망자 없이 화재를 진화할 수 있었으나, 하마터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현재까지는 쓰레기 더미에 어떻게 불이 붙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방화 의문점이 없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의 담뱃불 실화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오산소방서 관계자는 "불에 탄 원룸 내부는 비교적 깨끗한 것으로 보아 외벽에 시공된 드라이비트로 불이 삽시간에 번졌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화성동부경찰서 관계자는 "방화 가능성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라며 "주차장을 비추는 CCTV가 있긴 하나, 저장장치가 화재로 일부 훼손돼 복원을 해봐야 정확한 화재원인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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