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급 류현진 '약팀에만 강한 5선발' 꼬리표 뗐다
괴물로 돌아온 류현진, 시즌 초반 수모 딛고 평균자책점 1.99 맹활약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약팀에만 강한 다저스의 5선발 투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좌완 류현진(31)은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로 우리나라 야구의 자존심이지만, 올 시즌 개막을 앞둔 현지 평가는 냉정하기 짝이 없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총집결한 메이저리그에서 2015년 어깨 수술까지 받은 류현진은 그저 평범한 선발투수였다.
2017시즌에 거둔 5승 9패, 평균자책점 3.77의 성적은 수술 경력을 고려하면 다행스럽긴 해도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에는 많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류현진은 '명예 회복'을 목표로 야심 차게 올 시즌을 출발했지만, 첫 등판인 지난 3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방문경기에서 제구에 애를 먹으며 조기 강판당했다.
3⅔이닝 동안 5안타와 볼넷 5개를 내주고 3실점 했다. 삼진은 2개를 잡았다.
이후 팀 내 류현진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
'지구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는 클레이턴 커쇼를 비롯한 다저스 선발 4명이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유망주들이 트리플A 경기에서 호투를 펼치면서 '류현진 위기론'이 확산했다.
현지 언론은 '앞으로 선발 잔류 시험을 치르게 될 것'이라며 압박했고, 커쇼와 알렉스 우드 사정상 류현진의 등판일이 갑자기 바뀌는 '5선발 설움'도 겪었다.
시즌 첫 등판에서 수모를 당한 류현진은 이후 보란 듯이 부활했다.
11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상대로 6이닝 1피안타 무실점 역투로 첫 승을 올렸다. 이어 17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도 6이닝 3피안타 2실점의 호투로 2승째를 챙겼다.
오클랜드전에서는 8개, 샌디에이고전에서는 9개의 삼진을 잡았다.
백미는 시즌 4번째 등판인 22일 경기였다.
상대는 지난해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우승팀이자 2년 연속 95승 이상을 거둔 강팀 워싱턴 내셔널스였다.
워싱턴의 선발투수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강속구 투수 스티븐 스트래즈버그였다. 타선에는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타자인 브라이스 하퍼가 버티고 있었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에서 7이닝 2피안타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치며 자신을 향한 의문 부호를 완전히 지워냈다.
하퍼에게 전략적으로 볼넷 2개를 내주는 등 볼넷 3개를 허용했지만, 정교한 제구와 다양한 볼 배합으로 삼진 8개를 잡았다.
최고 구속은 시속 150㎞를 찍었다.
팀의 4-0 승리로 시즌 3승(무패)째를 챙긴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2.87에서 1.99로 하락했다.
팀 내 선발투수 가운데 류현진만 평균자책점이 1점대다.
그나마 커쇼의 평균자책점만 2점대(2.45)고 우드(3.91)와 마에다 겐타(3.77)는 3점대, 리치 힐(6.00)은 6점대다.
지금까지 활약만 놓고 보면 류현진이 커쇼와 함께 팀 내 에이스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현지에서도 이날 워싱턴전을 계기로 '약팀에만 강한 5선발' 수식어가 완전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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