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재즈클럽으로 변한 공연장
무용수도, 객석도 '스윙', 현대무용과 경쾌한 결합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현대무용 공연을 관람하는 객석에 모처럼 고민도, 난해함도 없었다. 그저 2~3분에 한 번씩 바뀌는 경쾌한 스윙 재즈 음악과 그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무용수 17명의 건강한 몸, 이를 보며 함께 '흔들'거리는 관객이 60분을 가득 채울 뿐이었다.
지난 2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 국립현대무용단 '스윙'은 예술감독이자 안무를 맡은 안성수의 말대로 "그저 신나게 즐기면 되는 공연"이었다. 재즈클럽의 콘서트 혹은 복고풍의 음악 영화 같은 느낌을 줬다.
'스윙'이란 미국 뉴올리언스 흑인 노예의 후예들로부터 태동해 1930~40년대 세계를 풍미한 재즈 음악과 춤. 용수철 같은 탄력으로 에너지를 있는 힘껏 발산하는 장르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스윙'도 장르 특유의 흥겨움과 역동성, 복고풍 정서로 공연 시작부터 객석을 흥겹게 달궜다.
주황 불빛이 켜지고 스웨덴 6인조 스윙재즈 밴드 '젠틀맨 앤드 갱스터스(Gentlemen & Gangsters)'가 무대 뒤편에서 미끄러지듯 등장하자 객석은 콘서트장처럼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이들이 선보이는 진한 풍미의 재즈 16곡에 맞춰 무용수들은 연신 흥겹고 휘청거리는 분위기의 무대를 선사했다.
알 듯 말 듯한 스토리나 함축된 의미를 찾으려 애쓸 필요는 없었다. 관객 모두 음악과 리듬의 느낌을 '시각화'한 춤을 감상하며 함께 발을 구르고 고개를 까닥이고 박수를 쳤다.
무용수들은 주로 짝을 지어 커플 댄스를 선보였는데, 자기 춤이 끝나고 나서도 무대 양옆에 놓인 벤치로 돌아가 호흡을 가다듬고 함께 박수를 치며 공연을 즐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즉흥성이 중요한 재즈의 특성을 부각한 연출이었다.
재즈클럽 같은 분위기에도 움직임은 상당히 빠르고 밀도 높았다. 발레, 현대무용, 한국춤의 동작을 해체·재구성하는 안 감독 특유의 움직임도 이곳저곳에서 엿보였다. 몇몇 부분에서는 경쾌한 스윙 리듬에 버거워 보일 정도로 복잡하고 무거운 동작이 덧입혀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객석에는 연신 흥겨움과 들썩거림이 가득했다.
공연 말미에 울려 퍼진 익숙한 스윙 재즈곡인 '맥 더 나이프(Mack the Knife)', '싱 싱 싱(Sing Sing Sing)' 등은 객석의 온도를 최대치로 올렸다.
역동적이면서도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는 춤의 향연은 독특한 정서를 자아냈다.
공연이 끝나고서도 객석에는 흥겨움이 가시지 않았다. 관객들은 현대무용 공연장이 아닌 재즈클럽에서 놀다 가는 것처럼 한껏 들뜨고 즐거운 표정이었다.
공연은 22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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