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쿠웨이트서 '가정부 구출작전'"…외교마찰 비화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필리핀 외무부가 쿠웨이트에서 가사도우미로 취업했다가 고용주에게 학대받는 자국 여성을 구출하는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필리핀 언론이 보도했다.
이 보도와 '구출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자 쿠웨이트 외무부가 필리핀 대사를 소환해 강하게 항의하면서 외교마찰로 번지는 모양새다.
필리핀 현지 방송 '24오라스'는 19일 "필리핀 외교부가 학대받는 해외 노동자를 주인에게 구출하려고 신속대응팀을 급파해 이달 7일부터 2주간 26명을 구해냈다"면서 "2주전 구출을 요청한 필리핀 노동자가 200명에 달했다"고 전했다.
이 방송은 쿠웨이트로 보이는 장소에서 필리핀 여성이 집에서 몰래 빠져나와 급히 뛰어 외교관 번호판이 달린 차에 올라타는 동영상을 내보냈다.
마치 첩보영화를 연상케 하는 이 작전은 '사막의 구출'이라고 이름 붙여졌다고 이 방송은 소개했다.
필리핀 외무부 관계자는 이 방송에 "쿠웨이트 주재 필리핀 대사관은 학대받는 필리핀 가사도우미가 도움을 요청만 하면 이들을 구출하고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학대 사실을 쿠웨이트 경찰이나 관련 부처에 통보할 수 있지만 응답을 기다릴 수 없을 만큼 가정도우미가 성적, 신체적으로 화급한 위험에 처했다면 이를 구출하겠다는 게 필리핀 대사관의 입장이다.
이런 보도와 관련해 쿠웨이트 외무부는 20일 자국 주재 필리핀 대사를 불러 경위를 따지고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쿠웨이트 외무부는 "필리핀 외교관들의 행위(임의로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빼내는 것)는 외교 관례와 빈 협약에 어긋난다"고 항의하면서 양국 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쿠웨이트에서 일하는 필리핀인 노동자는 약 25만명으로 이 가운데 대부분이 여성 가사도우미다.
이들 여성을 고용주가 학대해 종종 양국 간 외교적 마찰이 빚어지곤 한다.
올해 2월 쿠웨이트에 사는 레바논-시리아인 부부가 필리핀 가정부를 살해한 뒤 1년간 냉장고에 숨겼다가 발각되면서 분노한 필리핀 정부는 쿠웨이트로 가사도우미 송출을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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