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가입때 '장애' 알릴 의무 폐지…보험료 차별도 금지

입력 2018-04-23 10:00
수정 2018-04-23 10:32
보험가입때 '장애' 알릴 의무 폐지…보험료 차별도 금지



전동휠체어 보험상품 출시…장애인 보험에 추가 세제혜택

자필없이 통장·카드 발급…경증 정신질환자 실손보험 보장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 장애인들이 보험에 가입할 때 자신의 장애를 보험사에 알려야 할 의무가 사라진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보험료를 차별할 수 없으며 장애인 보험에는 추가 세제혜택을 준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3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금감원과 금융협회, 장애인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장애인 금융 개선 간담회와 전동휠체어 보험 협약식을 열고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장애인 금융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우선 장애인이 보험상품을 가입할 때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보험사에 알려야 할 의무를 올 상반기 안에 폐지하기로 했다.

계약 전 알릴 의무 사항에 장애상태 항목을 삭제하고 치료 이력(3개월~5년)만 알리도록 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더 많은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도 금지했다.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에 보험료 차별금지 조항을 명시하기로 했다.

장애인 전용 보험에는 더 많은 세제혜택을 주기로 했다.

장애인의 일반보장성보험 계약을 장애인전용보험으로 재분류해 연말정산 때 추가 세제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일례로 자동차 보험에 110만원, 종신보험에 120만원을 불입하는 장애인이 종신보험을 장애인 전용보험으로 전환하면 세액공제 혜택이 12만원에서 27만원으로 늘어난다.

장애인이 많이 사용하는 전동휠체어 보험상품을 이날부터 판매하기로 했다.

전동휠체어 보험상품은 전동휠체어나 수동휠체어, 전동스쿠터 등을 운행하다가 발생하는 불의의 사고에 대해 사고 상대방에게 대물·대인 보험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사고당 2천만원, 연간 1억5천만원 한도로 보상해주되 손해액의 20%는 보험 가입자가 부담하는 구조다.

기존에는 전동휠체어 보험 상품이 없어 장애인들이 전동휠체어를 운행하다 보행자나 차량과 사고를 냈을 때 어려움을 겪었다.



일례로 초등학교 4학년생을 충돌, 전치 6주 피해를 준 장애인이 배상능력이 없어 검찰에 송치되는 등 상황이 발생한 바 있다.

기부형 보험을 통한 장애인 지원도 강화한다.

일반인의 보험료 자동이체 할인금액이나 끝전을 장애인 단체에 모아 전달하는 소액·장기 기부를 활성화하는 방식이다.



수면장애 등 경증 정신질환자를 실손보험으로 보장하는 방안도 올해 중 내놓을 예정이다. 신경정신과에서 수면제 처방을 받았다는 이유로 실손보험 가입이 거절되거나 불면증 진료를 받은 환자가 정신병력을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하는 등 부작용을 없애자는 취지다.

7월부터는 스스로 신청서 작성·서명을 하기 어려운 시각·지체 장애인을 위해 녹취나 화상통화 기록을 근거로 통장·신용카드를 발급해줄 예정이다.

전화 사용이 어려운 청각 장애인을 위해선 생보협회·손보협회와 손말이음센터(☎107)가 협의해 이날부터 수화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청각·언어장애인과 보험사 사이에 손말이음센터가 통역 역할을 하면서 상담 및 서류 발급 등 역할을 하는 방식이다.



각 보험사에 장애인이 쉽게 연락할 수 있도록 전용 상담창구도 만들기로 했다.

ATM은 장애인이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개량할 예정이다. 휠체어가 ATM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ATM 하단부에 무릎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숫자키패드 위치와 순서배열, 카드·통장 입출구 위치, 이어폰 꽂이 위치를 통일해 시각장애인의 혼란을 막기로 했다.

시각장애인용을 대상으로 지폐 구분 도구도 제작해 배포할 계획이다.

최종구 위원장은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포용적 금융'차원에서 장애인 금융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금융권에서도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 존재하는 소외라는 벽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spee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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