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에 제이플라까지 가요계 커버곡 전성시대

입력 2018-04-21 06:01
수정 2018-04-21 10:34
방탄소년단에 제이플라까지 가요계 커버곡 전성시대

"검증된 히트곡을 새로운 목소리로 듣는 재미"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다른 가수의 노래를 편곡해 부르는 '커버곡'이 가요계 한 조류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인지도 낮은 가수가 커버곡 영상을 온라인에 올려 재발견되는가 하면, 인기 가수 역시 홍보를 위해 커버곡을 부르는 일도 잇따른다.

◇ 제이플라, 무명 가수→유튜브 구독자 1위로

제이플라(본명 김정화·31)는 2013년 7월 미니앨범 '바보 같은 스토리'로 데뷔할 때만 해도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러나 탁월한 곡 해석력으로 팝 가수들의 히트곡을 커버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에드 시런의 '셰이프 오브 유' 커버 영상은 유튜브 1억5천만 뷰, 루이스 폰시의 '데스파시토'(Despacito) 커버 영상은 1억 뷰를 돌파했다.

그의 유튜브 채널 '제이플라뮤직'(JFlaMusic)은 올해 3월 15일 국내 개인 유튜버 구독자 순위 1위에 올랐다. 지난 7년간 1위 자리를 지킨 기타리스트 정성하 기록을 깼다.



미교(본명 전다혜·26)도 비슷한 경우다. 수년 전 걸그룹 '단발머리'와 '러브어스'로 활동했지만 성과 없이 팀이 해체된 뒤 고민하던 그는 윤종신의 '좋니', 장덕철의 '그날처럼', 황치열의 '매일 듣는 노래'를 커버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고는 주목받았다. 여세를 몰아 올해 1월 자신만의 노래가 담긴 미니앨범 '유&아이'(YOU&I)로 재데뷔했다.

관련 시장이 열리면서 페이스북에는 일반인의 커버곡 영상이 올라오는 페이지, 가수들의 커버 라이브 영상이 올라오는 페이지 등이 속속 생겨났다.

음악평론가 김작가는 "SNS 발달로 가벼운 포맷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소비자한테 커버곡은 익숙한 노래여서 집중해 들을 필요가 없는 대신, 새로운 목소리가 불렀다는 점에서 비교하는 재미와 신선함까지 주는 포맷"이라고 말했다.



◇ 인기 가수들도 커버곡 도전…리메이크 음반도 인기

최근 방탄소년단 정국(본명 전정국·21)은 로이킴의 '그때 헤어지면 돼'를 커버했다. 걸그룹 EXID 혜린(본명 서혜린·25)은 알리의 '별짓 다해봤는데'를 불렀고, 보이그룹 임팩트는 엑소의 '유니버스'에 도전했다. KCM(본명 강창모·36)은 박효신의 '숨', 나얼의 '바람기억', 엠씨더맥스의 '어디에도' 등을 불러 꾸준히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아이돌에게는 화려한 퍼포먼스에 가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가창력을 알릴 기회가 된다"며 "이미 잘 아는 노래를 커버하면 대중에게 흡수되는 속도가 빠른데, 홍보 측면에서 일주일에 수백 곡씩 신곡이 쏟아지는 시대에 훨씬 안전한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리메이크 음반도 꾸준히 발매되고 있다.

아이유(본명 이지은·25)는 2014년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를 내 음원 차트를 휩쓸었다. 조덕배의 '나의 옛날이야기', 산울림의 '너의 의미' 등을 다시 부른 이 앨범으로 아이유는 그해 한국갤럽 조사에서 대중이 가장 좋아한 가수 1위에 올랐다. 지난해 낸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둘' 역시 인기를 끌며 아이유에게 제27회 하이원 서울가요대상 최고앨범상을 안겼다.



그룹 브라운아이드소울 영준(본명 고영준·40)은 최근 1988년부터 1997년까지의 다채로운 곡을 리메이크한 앨범 '4.10MHz'을 냈다. 룰라의 '연인', 노이즈의 '내가 널 닮아갈 때', 양수경의 '사랑은 창밖의 빗물 같아요' 등을 편안하게 불렀다.

임 평론가는 "10년, 20년 전 노래를 리메이크하면 세대를 아울러 사랑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아이유가 그런 전법을 잘 구사한다. 1993년생이면서도 1970∼1990년대 노래를 히트시켜 자신의 브랜드파워를 높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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