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 한국에 올까…프랑스 설득할 법 개정 재추진
충북도·청주시, 이종배 의원에 인쇄문화산업진흥법 개정 건의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이하 직지)이 한국에서 전시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직지를 소장한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대여를 꺼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현행법에 압류 면제 조항이 명문화돼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고려 말인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발간된 직지는 1886년 초대 주한공사로 부임한 프랑스의 콜랭 드 블랑시가 1880년대 말에서 1890년대 초 국내에서 수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수집된 직지는 플랑시의 다른 소장품들과 함께 1911년 파리 경매장에 나왔고, 골동품 수집가 앙리 베베르에게 단돈 180프랑에 팔렸다.
1952년 베베르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한 직지는 도서번호 109번, 기증번호 9832번를 부여받아 동양 문헌실에 보관돼 있다.
직지는 약탈·도난 문화재가 아니어서 한국이 환수에 나설 명분은 없지만 프랑스 측은 국내 전시 이후 압류·몰수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프랑스를 설득할 수 있는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개정이 추진돼 왔지만 입법이 쉬운 일은 아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이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지난 2월 포기했고 같은 당 노웅래 의원이 지난달 다시 발의했지만 국회 통과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일부 문화재 관련 단체들이 유물의 불법 반출에 면죄부를 줄 수 있으며 직지에 대한 프랑스의 권리를 법으로 인정해 주는 셈이 된다며 법 개정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직지의 고장'인데도 정작 직지를 일반에 선보일 수 없었던 충북도와 청주시는 국내 전시 성사를 위해 관련법 개정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직지의 국내 전시가 도민의 자긍심 고취로 이어질 수 있고 '직지 찾기 운동'도 다시 불붙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보다는 '인쇄문화산업진흥법' 개정이 더 용이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법에 '공익 목적으로 직지가 국내에 일시 대여 형식으로 반입되는 경우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압류, 압수, 양도 및 유치 등을 금지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자는 것이다.
압류 면제 대상을 직지로 한정하면 문화재 관련 단체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고,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직지를 대여할 여건도 마련된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자유한국당 이종배(충북 충주) 의원 측에 관련 자료를 전달했으며 조만간 관련법 개정 추진을 위한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이 의원실은 "입법조사처에 관련 자료를 전달, 검토 중"이라며 "별다른 문제점이 없으면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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