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독어 사용 伊북부 주민에 영사 서비스"…伊 '발끈'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오스트리아 정부가 일명 '남 티롤'로 불리는 이탈리아 북부 알토 아디제에 거주하는 독일어권 주민들에게 해외 영사 서비스를 지원하겠다고 밝히며 다시 한번 이탈리아의 신경을 자극했다.
19일 일간 일 메사제로 등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31)가 이끄는 오스트리아 정부는 독일어를 사용하는 남 티롤 주민들이 해외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 오스트리아 영사관을 찾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담은 법안을 최근 의회에 제출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이탈리아 북부 독일어권 주민들에 대한 후견 역할을 강조하며 법안에 독일어를 쓰는 남 티롤 주민이 외국에서 체포, 심각한 사고, 질병이나 사망, 범죄 피해 등에 직면했을 경우 현지에 이탈리아 영사관이 있더라도, 오스트리아에 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언론은 이 같은 오스트리아의 법안은 작년 말 오스트리아가 밝힌 남 티롤 독일어권 주민들에게 대한 오스트리아 이중국적 부여 구상에 이어 이탈리아에 대한 또 하나의 도발로 받아들이며, 불쾌감을 표현하고 있다.
일 메사제로는 이날 '이탈리아를 향한 오스트리아의 새로운 공격'이라는 제목으로 오스트리아의 움직임을 상세히 소개하며, 오스트리아의 이번 법안은 유럽 시민들이 외국에 체류할 때 자국 영사관이 없으면 유럽연합(EU) 회원국 영사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 EU 지침을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스트리아는 작년에 쿠르츠 총리가 속한 제1당인 우파 국민당과 극우 자유당으로 이뤄진 연립정부가 출범한 직후 독일어를 쓰는 이탈리아 북부 주민들에게 오스트리아 이중 국적을 허용하겠다고 밝혀 이탈리아의 거센 반발을 샀다.
오스트리아의 계획이 시대착오적인 국가주의와 인종주의를 부추긴다며 이탈리아가 반발하자 오스트리아 정부는 "이탈리아와 긴밀한 협의가 없으면 이 문제를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논란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다.
한편,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가 접경 지역인 알토 아디제는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우여곡절을 겪은 곳이다.
제1차 대전 후 패전국인 오스트리아가 영토 상당 부분을 연합국에 이양하면서 오스트리아가 쥐드 티롤(남 티롤)로 부르는 알토 아디제도 이때 이탈리아에 편입됐다.
애초 오스트리아 영토라 주민들은 독일어를 사용했지만 베니토 무솔리니의 이탈리아 파시스트 정권은 이 지역에서 독일어 사용을 금지하고 주민들에게 이름도 이탈리아식으로 바꾸도록 강요했다.
2차 대전이 끝나고 1946년 양국의 협정으로 자치주 지위를 인정받은 이곳에는 현재 52만 명이 거주하며, 이 가운데 70%가 독일어 사용자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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