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호텔' "최다 투숙후기는 '이경규 의외로 따뜻'"
"가장 섭외 어려웠던 이상은, 제일 행복하게 체크아웃"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산골짜기에 자리 잡은 '달팽이호텔'이 22일 영업을 종료했다. 총지배인 이경규와 셰프 겸 벨맨 성시경, 컨시어지 김민정도 2호점을 꿈꾸며 이별했다.
올리브 예능 '달팽이호텔'을 연출한 황인영 PD는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만나 "스타들이 화려해 보이지만 오히려 외로운데, 우리 호텔에서 서로 친구가 되더라. 여행이 주는 힘이 참 신기하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이경규가 '달팽이호텔'이라는 제목만 보고 "무조건 하겠다"고 해 성사됐다고 한다. 늘 성질 급하게 버럭 하던 그가 어떻게 느릿느릿한 '달팽이'에 끌렸는지 궁금하다는 말에 황 PD는 "'경규옹'이 요새 인생을 좀 돌아보시는 것 같다"고 웃으며 "토크쇼처럼 너덧 시간 얘기하는 것 말고, 진짜 대화를 해보고 싶다고 하셨다"고 했다.
"이경규 씨가 시즌2 언제 하느냐고 먼저 물어보실 정도로 애정이 많았어요. 인생의 여러 결을 알게 됐대요. 투숙객으로 온 스타들이 기분이 좋은지, 행복해하는지, 서로 이야기를 잘 나누는지 가장 신경을 쓰신 분이에요. 투숙객들의 최다 후기도 "이경규 씨 의외로 따뜻하더라'였죠. (웃음)"
황 PD는 늘 일인다역을 한 성시경과 아역배우 출신으로 김새론 등 많은 투숙객에게 위로를 건넨 김민정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시경 씨가 고생을 많이 했어요. '파인 다이닝'을 추구하면서도 경규옹의 '시골 밥상' 취향에 맞추느라 힘들었을 거예요. (웃음) 민정 씨는 정말 털털해요. 저도 깜짝 놀랐어요."
'달팽이호텔'에는 기존 예능에서 보기 어려운 가수 이상은과 선우정아, 그리고 피아니스트 김광민 등이 다녀가 화제가 됐다. 황 PD는 그중에서도 노사연-노사봉 자매와 이상은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노사연 선생님이 '한동안 방송을 하기 싫었는데 이 호텔에 와서 다시 방송을 믿을 수 있게 됐다'고 하신 걸 보고 뿌듯했어요. 이상은 씨는 사실 한차례 섭외를 거절하셨거든요. 부담스럽다고. 그런데 결국 와주셨어요. 체크인하실 때는 긴장한 표정을 보고 걱정했는데, 점점 얼굴이 밝아지시더라고요. 나중에는 김재화, 송소희 씨를 이끌며 얘기하셨죠. 체크아웃할 땐 제일 행복한 모습이어서 감동했어요."
스타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전혀 친분이 없던 이들인데 서로 마음을 터놓게 만든 힘은 뭘까. 황 PD는 "외딴 장소가 주는 자유로움 덕분"이라며 "인테리어, 요리, 음식, 음악 등의 효과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달팽이호텔'은 시청률이 1%(닐슨코리아) 안팎이라 좋지는 못했다. 그러나 색다른 장소와 출연진이 주는 '힐링' 매력은 인정받았다.
황 PD는 "우리 프로그램은 오래 익어야 맛있는 김장김치 같은데 이번에 겉절이로 담은 느낌이 있다"며 "시즌2를 한다면 호텔리어도 추가 모집해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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