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식 서늘함 돋보이는 스릴러 '실종:비밀의 소녀'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캐서린(시노브 마코디 룬드 분)은 남편 마커스(켄 베세가르트)와 저녁식사 자리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듣는다. 오랫동안 방치된 아버지의 낡은 별장을 처분하기 위해 정리하던 중 액자 하나가 툭 떨어진다. 1952년에 찍은 어린아이 사진이다. 나무로 된 벽은 액자가 걸린 자리만 썩어 있다.
예닐곱 살로 보이는 꼬마 데이지(에바 스틴스트럽 소헤임)가 별장 근처를 매일 배회한다. 신비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 아이는 얼굴에 멍이 든 채 나타나기도 한다. 학대를 의심한 캐서린이 돌보려 하지만 아이는 멀리 달아나 버린다.
이상한 일은 계속 일어난다. 동네에 사는 한 노파가 찾아와 캐서린의 이모였다는 마리에를 아느냐고 묻는다. 어린 시절 기억이 없는 캐서린은 곧 사진 속 아이가 마리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리에가 일곱 살 때 실종됐고 어머니가 아이를 죽였다는 소문도 돌았다는 얘기를 듣는다. 캐서린은 그때부터 마리에 실종사건에 집착하며 실체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영화 '실종: 비밀의 소녀'는 60여 년 전 사라진 마리에와 조카 캐서린, 이들과 관련 있음이 분명한 꼬마 데이지의 관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노르웨이산 스릴러다. 관객은 데이지가 유령으로 떠도는 옛 마리에라고 추측하게 된다. 이런 예상을 깨고 시간적 배경이 뒤섞인 셋의 관계가 서서히 드러나는 게 서사의 재미다.
스토리 구조는 미스터리 스릴러지만 관객 경험을 놓고 보면 호러에 가깝다. 캐서린이 며칠간 머무는 별장은 낡은 탓에 조명도 잘 켜지지 않아 어둡고, 곳곳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 내내 오싹한 느낌을 준다. 문이 잠긴 채 열리지 않는 지하실은 공포의 근원이 집약된 공간이다. 이곳에서 알 수 없는 소리가 계속되고 인물들 관계를 푸는 실마리도 숨겨져 있다.
칼 크리스티안 라베 감독은 관객을 놀래주는 데도 상당한 실력을 보여준다. 움직임은 간결하되 오싹하며, 효과음은 짧은 순간 강렬하게 터져 신경을 상당히 긁는다. 공포영화에 등장하는 각종 장치에 단련된 마니아라도 꽤 여러 차례 움찔할 정도다.
온통 흰 눈으로 뒤덮인 숲과 들판은 공포영화 배경으로는 드물게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덕분에 별장에 감도는 긴장과 히스테리가 더욱 돋보인다. 특유의 어둡고 서늘한 분위기를 내세우는 북유럽 스릴러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듯한 작품이다. 2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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