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명품 밀반입 의혹' 상주직원 통로…과세 맹점 논란
항공사 직원 드나들지만 세관 직원은 없어…보안 검색 위주
카드사용·관세신고 내역 불일치 규모 크면 소환조사 배제 못해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관세 포탈 의혹이 제기되면서 밀반입 루트로 지목된 '공항 상주직원 통로'의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항에서 일하는 수 많은 직원이 상주직원 통로로 세관·출국장을 드나들고 있지만, 세관 수준의 엄격한 밀반입 검사는 이뤄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20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최근 조현민 대한항공[003490] 전무의 '물벼락 갑질' 사건 이후 조 씨 일가의 일탈행위 제보가 쏟아지면서 이들의 관세 포탈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언론 인터뷰나 SNS 등에서 한진그룹 총수일가가 해외에서 명품을 산 뒤 세관을 거치지 않고 대한항공 직원을 통해 자택으로 들여왔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주장이 공통으로 지목한 밀반입 경로는 바로 공항의 상주직원 통로다.
대한항공 직원이 한진 총수일가가 구매한 명품을 대신 들고 상주직원 통로를 통해 관세신고 없이 빠져나갔다는 것이 주장의 요지다.
상주직원 통로는 항공사·공항공사 등 공항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업무 목적으로 세관이나 출국장을 드나들 때 이용한다.
공항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이 상주직원 통로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주직원 통로를 이용하려면 사전에 공항공사로부터 패스를 발급받아야 한다.
개별 직원의 업무 성격에 따라 상주직원 통로를 이용해 드나들 수 있는 범위가 다르며 각자의 등급에 따라 다른 패스가 발급된다.
다만 상주직원 통로에는 세관 요원은 없다. 관리 주체가 관세청이 아닌 인천공항공사이고, 세관 검사보다는 여전히 보안 검색이 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상주직원 통로에 세관 요원이 배치되지 않는 것은 전 세계 다른 공항도 대부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는 것이 관세청의 설명이다.
게다가 상주직원 통로가 사람 1명만 통과할 정도로 넓지 않고 보안 요원의 검사도 이뤄지기 때문에 대량 밀반입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부피가 작고 휴대가 가능한 고가의 손가방이나 반지·귀걸이 등 액세서리는 마음만 먹으면 '개인 휴대물인 척' 쉽게 반입이 가능하다.
직원들이 대거 동원된다면 한 번에 대량의 밀반입도 어렵지 않은 구조다.
공항의 한 관계자는 "만약 밀수가 상습적으로 이뤄졌다면 대한항공 지상직을 통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다수의 직원을 동원해 각자에게 소량의 물건을 들려 보냈다면 한 번에 많은 물품도 들여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YNAPHOTO path='PYH2017061531790001300_P2.jpg' id='PYH20170615317900013' title='지난해 6월 속옷 속에 금괴를 숨겨 밀수입하다 적발된 외국 국적 승무원들' caption='[인천공항세관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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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은 한진 일가의 관세 포탈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부와 조현아·원태·현민 등 3남매가 최근 5년간 해외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확보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다만 신용카드 사용 내역과 관세 납부 내역이 일치하지 않더라도 섣불리 관세 포탈로 단정할 수는 없다.
해외에서 신용카드로 구매한 물건을 누군가에게 선물 등으로 주고 국내로 반입하지 않았다면 카드 내역과 관세 납부 내역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드 내역이 관세 납부 내역과 과도하게 차이가 나고 한진 측이 이에 대해 적절히 소명하지 못할 경우 한진 일가의 소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세청 관계자는 "카드사용·관세납부 내역의 불일치 규모가 크고 서면으로 이에 대해 소명을 하지 못한다면 직접 불러서 조사하는 것을 검토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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