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비 전쟁](상) "지금이 골든타임" 사활 건 국비 따내기 각축전

입력 2018-04-21 08:35
[국비 전쟁](상) "지금이 골든타임" 사활 건 국비 따내기 각축전

국비 지원 없이 지자체 사업도 없다…지자체별 1조에서 12조 확보 목표

"지역에 꼭 필요한 사업" 당위성·논리 개발 등 치열한 경쟁

"중앙정부 일방적 예산 지원 결정 바꿔야" 개선 목소리도





(전국종합=연합뉴스) 4월은 지방자치단체들에 잔인하다.

예산과 관련해서는 1년 내내 바쁘지 않은 날이 없지만, 특히 4월은 내년 사업에 쓸 국비를 배정받기 위한 첫 관문을 넘어야 하는 시기이다.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로서는 계속사업은 물론 신규사업을 추진하려면 국비를 받아야 할 수 있는 사업이 대부분이다.

그 첫 발걸음을 4월에 뗀다.

◇ 2019년 한해 농사…'국비 얼마나 따느냐에 달렸다'

국비를 확보하려면 사업과 관련한 해당 부처의 '오케이'를 가장 먼저 받아야 하는데 이달 말까지 각 중앙부처에 신청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이 시기는 광역·기초할 것 없이 모든 지자체가 국비를 받아내기 위한 논리 개발에 혼신의 힘을 기울인다.

사업이 왜 필요한지, 국비를 왜 이만큼 써야 하는지, 다른 지자체의 비슷한 사업보다 어떤 점이 더 나은 지 등 사업마다 온갖 당위성을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 공약사업을 이유로 들기도 하고, 지역 대형민원 발생을 핑계로 내놓기도 하면서 중앙부처 이해와 협조를 구한다.

신청을 완료하면 다음 달인 5월 말에는 두 번째 관문을 넘어야 한다.

각 중앙부처에서 기획재정부로 예산안을 제출하기 전까지 부처 예산안에 지자체 사업을 넣기 위한 피 말리는 전쟁이 벌어진다.

이 과정에서 제아무리 좋은 사업이라도 국비 확보 논리가 빈약하면 순위에서 밀리기도 하고, 다른 지자체의 학연·혈연·지연을 동원한 로비에 따놓은 국비를 뺏기기도 한다.

이 같은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국비 신청단계에서부터 확실한 논리를 세워 해당 부처를 설득해야 한다.

특히 올해는 지방선거와 맞물려 단체장이 공석인 지자체가 많아 수장이 없는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로서는 더욱 힘든 시기를 맞았다.



◇ 지자체마다 로드맵 수립 총력전…경기 12조5천억원 목표 '최대 규모'

광역시도가 요구하는 국비는 지자체 규모와 여건에 따라 차이가 크다.

지자체별로 한해 1조원에서 10조원에 달한다.

광역 지자체별 내년 국비확보 목표액은 경기 12조5천억원, 경북 10조3천억원, 전남 6조5천억원, 충남 6조3천억원, 강원 5조5천억원, 충북 5조2천억원, 경남 4조8천억원, 제주 1조4천억원 등이다.

광역시는 부산 3조5천억원, 대구 3조원, 대전 2조9천억원, 인천 2조7천억원, 광주 2조2천억원, 울산 2조2천억원 등이다.

지자체가 중앙정부에 요구하는 국비는 지자체 규모와 지역 인구, 경제 여건, 지역 특성에 따라 다양한 사업들을 마련해 책정한다.

광역 지자체마다 수조 원에 달하는 국비 요구액을 모두 확보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한 푼이라도 더 국비를 확보하기 위해 단체장부터 실무자까지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지자체마다 국비확보 로드맵을 짜 정부의 예산편성 시기에 따라 대응전략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

◇ 정부 코드 맞추기, 신규·차별화 사업 발굴 집중

특히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인 일자리 확보 정책이나 대통령 공약에 맞춘 사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대전시는 4차산업과 혁신·융복합 사업 등 중앙정부의 새로운 분위기를 대거 반영한 신규 아이템을 발굴했다. 라온 바이오 융합의학연구원 설립, 유전자 의약산업 진흥센터 건립, 자율주행 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 실증사업 등이다.

대구시도 여기에 맞춰 공공시설물 내진 보강, 5G 기반 스마트시티 서비스 개발 등을 내놓았다.

충북도의 경우 대통령 공약사업인 중부권 잡월드를 구체화한 일자리 플라자 등을 포함했다.

대선공약사업 예산반영이 지지부진하다고 본 울산시는 이 분야에 대한 국비확보에 힘을 기울인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울산지역 공약사업인 혁신형 국립병원 건립, 외곽순환도로 건설 예산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전국적인 관심사로 떠오른 현안 해결을 위한 국비 확보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전북은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로 지역 경제가 위기에 빠져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에 전기상용차 자율주행 기반 글로벌 전진기지 조성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와 소형 해양 무인시스템 플랫폼 구축 선도사업비 반영, 수상 태양광 실증단지 조성사업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강원은 폐막한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조성된 남북 화해 분위기를 활용한 남북 사회간접자본 사업 신규·계속 사업비 확충에 나선다. 동부북부선, 경원선 공사 재개, 금강산 철도 복원 등을 남북 필수 사회간접자본(SOC)으로 꼽았다.

이재율 경기도 행정1부지사는 "국가발전 전략에 부응하면서 지역민의 행복과 안전을 향상하고 지역 간 상생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있다"며 "중앙부처와 지역 국회의원과 긴밀한 협조체계를 유지하며 국비 예산확보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 지방분권시대…국비 배정 시스템 개선 목소리 비등

해마다 반복되는 지자체의 국비확보 모습을 지방분권 차원에서라도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지자체 예산담당 관계자는 "지금의 국비확보 과정은 중앙정부가 오케이 해주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그는 또 "사업 구상단계부터 중앙과 지방이 함께 고민해 사업을 결정하거나 중앙과 지방이 함께 예산안을 논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종구 김광호 김상현 김호천 손상원 양영석 우영식 이승형 이정훈 임보연 장영은 전창해 최수호 황봉규 여운창 기자)

b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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