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경공모→경인선…현실정치·권력 향한 행보 '윤곽'

입력 2018-04-19 17:04
드루킹→경공모→경인선…현실정치·권력 향한 행보 '윤곽'

블로그서 출발해 정치인 친분 쌓고 대선 국면서 문재인 지지 활동

온·오프라인 행적 속속 드러나…"논공행상 없자 댓글 조작 무리수"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파워블로거 '드루킹' 김모(48·구속)씨의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김씨 일당의 자금 흐름 등을 추적하는 가운데 이들이 지난해 대선 이전부터 온·오프라인에서 활동한 정황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김씨가 설립했고 한때 회원 수가 2천500명에 달했다는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은 2014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2009년 네이버 블로그 '드루킹의 자료창고'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의 블로그는 2009∼2010년 연속으로 네이버 '파워블로그'에 선정됐다. 이후 그는 '경제민주화 및 소액주주운동을 실제로 펼쳐보자'며 경공모 회원을 모집해 세를 키웠다.

2014년 경공모를 정식으로 출범한 김씨는 모임에 유력 정치인을 초청해 강연을 청하고 함께 사진을 찍는 등 현실 정치에 발을 뻗었다.

2016년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자 김씨는 문재인 지지 모임인 '경인선(經人先·경제도 사람이 먼저다)' 활동도 주도했다.

경인선은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장에 직접 가서 문재인 대통령을 응원하는 등 열성적인 활동을 펼쳤다. 경인선 블로그 등에 따르면 김정숙 여사가 경선장을 찾은 경인선 회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김씨가 문 대통령 측근인 민주당 김경수 의원에게 접근해 '문재인 지지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며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대선 때 경인선 회원들은 문재인 지지·홍보 글을 진보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지에 대량으로 퍼 날랐다. 문재인 지지·비판 댓글에 '공감'이나 '비공감'을 집단으로 누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댓글조작 매크로 프로그램을 구하는 등 활동으로 김씨의 핵심 공범으로 지목되는 필명 '서유기' 박모(30)씨도 지난해 대선 이전부터 개인 SNS에 문 대통령 홍보 글을 공유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지 활동을 펼쳤다.

이처럼 열성적으로 문 대통령 지지 활동을 펼쳤던 김씨 일당은 정작 매크로 프로그램을 입수한 뒤에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댓글에 '공감' 클릭 수를 늘리다가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옛 경공모 회원들은 이런 김씨의 행보에 대해 "대선 이후에 뭔가 보상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충족되지 않자 보복성으로 댓글조작을 한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경공모 사정을 잘 아는 한 네티즌은 SNS 게시글을 통해 "드루킹은 소액주주운동을 한다며 경공모 회원을 모집했지만, 실제로는 회원들을 상대로 강연회비를 걷고 원당·유산균 등 장사를 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이 네티즌은 "드루킹은 대선 때 회원들에게 논공행상을 기대하라 했는데, 막상 문 대통령이 당선되고 소식이 없자 회원들이 문제 제기하기 시작했다"며 "그래서 김경수 의원에게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강하게 요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김씨 일당은 자신들 활동에 불법 소지가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려 시도한 흔적도 발견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댓글조작에 사용한 네이버 아이디를 베트남 등 동남아권 국가에서 접속한 것처럼 우회해 만들었다.

경찰은 20일 열릴 핵심 공범 박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대비하는 한편, 김씨 일당의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 등에서 압수한 물품과 이들의 금융거래 및 통신 내역 분석에 수사력을 쏟고 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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