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기술 이용 모기 퇴치 힘받나
게이츠 "윤리적 논란이 기술 개발 막아선 안 돼"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말라리아 퇴치 운동에 앞장서온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 빌 게이츠가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한 모기 퇴치를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그는 윤리적 우려 때문에 모기 퇴치 유전자 기술 연구가 저해돼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18일 로이터에 따르면 게이츠는 런던에서 열린 '말라리아 정상회담'에서 유전자 편집 기술이 '합법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이 때문에 '유전자가위(CRISP)'와 '유전자 드라이브(gene drive)' 등과 같은 도구를 개발하는 노력을 위험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전자 드라이브의 잠재력을 알고 큰 힘을 얻었다"면서 "이는 우리가 지원할 필요가 있는 돌파구로 (모기 퇴치에)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입증할 수도 있다"고 했다.
유전자가위는 특정 유전자를 찾아내 변형시키거나 제거, 대체하는 유전자 교정 기술이며, 유전자 드라이브는 DNA를 변형시켜 몇 세대에 걸쳐 그대로 유전시키는 기술이다. 신약 개발이나 가축· 농작물 품종 교배 등의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다.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의 경우 유전자를 조작해 번식하지 못하게 해 개체 수를 줄이거나 말라리아 병원균을 옮기지 못하게 하는 식으로 이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없는 데다 되돌릴 수 없는 충격을 줄 수도 있어 논란이 따라왔다.
게이츠는 로이터와의 회견에서 유전자 편집 기술의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우려는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말라리아가 한해 40만 명의 어린이 목숨을 앗아가기 때문에 우리가 말라리아 편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며 "말라리아 퇴치에 혁신적 과학기술을 사용할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6년 말라리아에 걸린 인구는 91개국 2억1천600만 명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500만 명이 늘어난 것이다. 말라리아 사망자는 44만5천여 명으로 대부분이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의 유아나 어린이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말 지구촌의 말라리아 퇴치 운동이 더는 진척되지 않고 있으며, 동력마저 상실하면 이전으로 후퇴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20년 가까이 말라리아 퇴치 운동을 벌여온 게이츠는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이 몇몇 모기 종(種)에 적용되고 일정 기간만 개체 수를 억제하기 때문에 생태계에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아프리카연합(AU)의 지도자들은 지난 1월 정상회담에서 이미 유전자 드라이브를 이용한 모기퇴치를 지지한 바 있다.
말라리아로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하는 아프리카의 지도자들이 나서고 세계 최고의 부자인 게이츠가 가세함으로써 모기 퇴치에 유전자 편집 기술이 도입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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