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필리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재점화한 사진 한 장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필리핀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전통우방인 미국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서 중국에 바짝 밀착해왔다.
지난 2016년 7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남중국해 대부분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받아냈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실리외교를 표방하며 중국에 판결 이행을 요구하지 않았다.
중국은 1990년대부터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있는 미스치프 암초(필리핀명 팡가니방 암초)를 점유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또 지난 1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서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면서 영유권 분쟁을 거론하지 않았다.
중국과 필리핀은 한발 더 나아가 남중국해 유전 공통탐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 18일 필리핀 일간 인콰이어러가 공개한 사진 한 장이 양국 간 영유권 분쟁을 재점화하는 불씨가 됐다.
신문은 익명의 취재원으로부터 받은 것이라며 올해 1월 6일 중국군 수송기 Y-7 2대가 미스치프 암초 활주로에 계류된 장면을 담은 항공 사진을 공개했다.
미스치프 암초는 중국이 남중국해 인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南沙>군도, 베트남명 쯔엉사 군도, 필리핀명 칼라얀 군도)에서 인공섬으로 만든 7개 암초 가운데 1곳이다.
중국과 필리핀 국방부는 물론 주필리핀 중국 대사관은 이 사진에 대한 확인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19일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알란 피터 카예타노 필리핀 외무장관은 이 문제와 관련 "국방부가 중국군 수송기의 존재를 확인하게 되면 외교조치의 하나로 항의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예타노 장관은 또 해양환경 오염 우려를 제기하며 남중국해 암초 등에 설치한 군사시설 등 인공 구조물을 철거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달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남중국해 유전 공동탐사에 대한 논의를 한 뒤 "양국 관계는 많은 긍정적인 모멘텀이 있는 황금기"라고 언급했을 때와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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