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화초 던지고 '할머니' 부르자 폭언…이명희 갑질 파문(종합)
"운전기사·가정부·직원 등에 일상적으로 욕설 퍼부었다" 제보 잇따라
(세종=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물벼락 갑질' 논란으로 시작된 대한항공 조현민(35) 전무 파문이 어머니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등 한진그룹 총수 일가로 번지고 있다.
이 이사장이 운전기사·가정부·직원 등에게 일상적으로 욕설과 폭언을 했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고, 자택 공사를 하던 작업자에게 폭언하는 상황을 담은 것이라는 음성 파일도 공개됐다.
19일 익명을 요구한 대한항공의 한 직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명희 이사장과 관련해 최근 보도된 욕설, 막말 사례들은 대부분 직원이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내용"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 한진 일가에서는 일상처럼 벌어지고 있다고 보면 틀리지 않는다"며 "임원들이 이 이사장에게 무릎을 차였다는 것도 널리 알려진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번은 이 이사장이 인천 하얏트 호텔의 조경을 담당하는 직원에게 화단에 심겨 있던 화초를 뽑아 얼굴에 던진 일도 있었다"며 "비슷한 사례가 하도 많아 이 이사장은 직원들에게 악명이 높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이 이사장이 사적인 일에 회사 직원을 동원하고, 회사 업무에 참여하며 월권을 행사했다는 증언도 내놨다.
서울 평창동 이 이사장 자택에 난방이 잘되지 않거나 배관이 터지는 등 문제가 생기면 회사 시설부 직원들이 불려가 수리를 해준다는 것이다.
또한 올해 초 개장한 인천공항 제2터미널의 대한항공 라운지 등에 적용한 인테리어도 이 이사장 승인을 받았다고 했다.
이 직원은 "이 이사장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가구·디자인·인테리어를 골라 선택해 승인해야 공사가 진행된다"며 "호텔도 공항 라운지도 이 이사장이 관여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이사장은 문화·예술사업을 관장하는 일우재단을 맡고 있을 뿐, 대한항공에서 어떤 직함도 권한도 없다.
따라서 이 이사장이 대한항공 등 회사 업무와 관련한 사안에 결정권을 휘두르는 것은 월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SBS는 2013년 여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자택 리모델링 공사를 한 작업자로부터 확보했다는 녹취 파일을 공개했다.
이 음성 파일에는 한 여성이 고성을 지르며 "세트로 다 잘라버려야 해. 잘라. 아우 저 거지 같은 놈. 이 XX야. 저 XX 놈의 XX. 나가" 등 욕설을 하는 것이 담겨있다.
당시 작업자는 녹취 파일 속 목소리 주인공이 조 회장 부인 이 이사장이라고 말했다
당시 인테리어 공사에 참여한 작업자는 "(이 이사장이) 무릎을 꿇리고 갑자기 따귀를 확 때렸는데 직원이 고개를 뒤로 피했다"며 "그랬더니 더 화가 나 소리를 지르며 무릎을 걷어찼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당시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 65억∼70억원 가운데 30억원가량을 회사 돈으로 지불한 혐의(배임) 등으로 지난해 조 회장과 함께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와 인터넷 게시판·SNS상에도 이 이사장의 '갑질 의혹'을 증언하고 제보하는 성격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조 전무로 추정되는 인물이 고성을 지르는 음성 파일이 공개된 후 '대한항공 직원'이라고 자신을 밝힌 인물은 한진 총수 일가 비위에 대해 적은 글에서 이 여사 관련 내용을 자세히 적었다.
그는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여사는 마주치는 모든 사람에게 폭언과 욕설을 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라며 "그중에서도 운전기사들이 당한 수모는 눈물겹다. 욕설은 당연하고 얼굴에 침을 뱉는다거나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한진 총수 일가가 자택 가정부로 외국인을 선호한다면서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하니 마음 편하고 소위 말해 막 굴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대한항공 필리핀지점이 가정부들을 한국으로 보내는 총책 역할을 수행한다"고 의혹도 제기했다.
한진 계열사인 인천 하얏트 호텔 직원들도 이 이사장의 '갑질'을 증언했다.
이날 JTBC는 인천 하얏트 호텔 2층 정원을 관리하는 이 이사장이 4년 전 자신을 몰라보고 "할머니"라고 부른 직원에게 폭언했고, 해당 직원이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는 증언을 보도했다.
또 인천공항 대한항공 일등석 라운지를 두 딸과 함께 찾은 이 이사장이 음식이 식었다며 접시를 집어 던졌다는 증언도 소개했다.
이 이사장을 비롯한 한진 총수 일가가 해외에서 명품 등 쇼핑을 한 뒤 관세를 제대로 내지 않고 대한항공 직원 등을 통해 국내로 들여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구체적인 제보나 관련 정황은 없었지만, 의혹이 증폭하자 관세청도 조사에 나섰다.
관세 당국은 현재 한진 총수 일가의 해외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확보해 최근 5년간 해외에서 개인·법인 신용카드를 사용한 내역과 세관 신고, 관세 납부 내역 등을 비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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