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특검에 발목 잡힌 국회…3주째 개점휴업
국민투표법 개정·개헌 헛바퀴…추경심사 손도 못 댄 입법마비
여소야대 다당제 따른 다각대립 구도 속 지방선거 정략 대충돌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 여야의 무한정쟁 속에 6·13 지방선거 전 마지막 국회인 4월 임시국회 파행이 장기화하고 있다.
개회식조차 하지 못한 국회는 3주째 공전 중이지만 19일 여야는 어지러운 충돌만 이어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야당의 조건없는 국회 복귀를 압박했지만 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민주당원 댓글공작 의혹 사건인 속칭 '드루킹(필명) 사건'과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을 앞세워 국회 천막농성과 장외투쟁을 지속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도 드루킹 사건에 대해선 수사기관 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첨예한 쟁점을 놓고 여야가 격돌하며 정작 국회로 공이 넘어온 헌법개정 논의를 포함해 국민투표법 개정, 추가경정예산 심사 등 입법부 본연의 기능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4월 임시국회는 방송법 개정에 대한 보수야당의 거센 압박으로 시작부터 험로를 예고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4월 국회 시작과 동시에 지난해 민주당이 야당 시절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요구하며, 이번 회기 내 방송법 처리를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보수당이 주장하는 방송법 개정안인 이른바 '박홍근 안'은 공영방송 이사를 여야가 각각 7명·6명 추천하고, 사장은 이사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도록 하는 특별다수제를 채택했다.
방송법에서 출발하긴 했지만, 김기식 전 금감원장의 19대 국회의원 시절 외유 의혹을 놓고 야당이 정치 쟁점화를 시도하며 본격적인 경색 국면이 시작된 게 사실이다.
김 전 원장 거취에 설상가상으로 '드루킹 사건'이 터지며 정국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6월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투표의 전제조건인 국민투표법 개정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점을 거듭 강조하며, 야당의 조건없는 국회복귀를 호소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투표법과 추가경정예산의 발목을 잡는 것이야말로 국기 문란이고 헌정질서 문란"이라며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고 조건없는 국회 정상화에 즉각 나서라"고 촉구했다.
반면 잇단 돌발 변수로 일단 공세의 주도권을 거머쥔 한국당은 두 사건을 싸잡아 공격하며 "권력형 '게이트'에 대한 특검이 도입되지 않는 한 국회정상화는 없다"며 지방선거까지 공세의 고삐를 한껏 조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국당은 이날은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드루킹은 여론을 조작하고, 경찰은 사건을 조작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경찰이 과연 수사 의지를 가졌는지 모르겠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면서 "핵심참고인인 김경수 의원을 방치한 것도 모자라 핵심증거인 느릅나무 계좌조차 방치했다"고 경찰수사를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서 "드루킹이 민주당의 온라인 핵심 책임자라는 정황이 있다"며 "검찰 수사마저 축소, 왜곡, 지연되는 기미가 보이면 부득이하게 특검과 국조를 통해 진상을 규명할 수밖에 없다"며 특검 주장에 가세했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도 "검찰은 드루킹 조직이 지난 대선 때도 댓글조작을 했는지, 민주당 김경수 의원과 관계의 진실은 무엇인지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며 "수사가 미진하면 국정조사와 특검도 불사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여야 어느 정당도 과반 의석을 점유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한 협치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지만, 민생과 개헌 같은 국가현안은 뒤로 미뤄둔 채 지방선거를 앞두서고 정쟁만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kyungh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